‘횡령·배임’ 강덕수 前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입력 2014-04-05 04:08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이 4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오전 9시20분쯤 검찰에 출석했던 강 전 회장은 날을 넘겨 5일 0시 10분이 돼서야 귀가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을 상대로 15시간 가까이 조사를 벌이며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 등의 절차적 하자가 없었는지와 거액의 회삿돈을 빼 쓴 경위와 용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강 전 회장은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면서도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희범(65) 전 STX 에너지·중공업 총괄 회장의 정·관계 로비 개입설도 부인했다.
강 전 회장은 팬오션이 STX조선해양에 10여척의 선박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선박 가격을 높게 책정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STX중공업이 2009년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괌 이전공사 시공을 맡는 과정에서 STX건설 등을 연대보증사로 내세워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히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배임액수가 2000억원대에 달하고 횡령액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이 5000억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자료가 워낙 방대해 하루 조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STX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상 문제에 대한 수사가 1차적인 목표고 이게 마무리되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정·관계 로비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이 전 회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은 2003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2006년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정·관계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STX중공업 현 경영진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지난 2월 17일 강 전 회장의 자택과 STX그룹 핵심 계열사 여러 곳을 압수수색한 뒤 주요 경영진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여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