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재호와 사실혼 황씨가 숨겨둔 ‘100억대 땅’ 있다… 檢·국세청 은닉 재산 찾아내

입력 2014-04-05 03:21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황모(57)씨가 HH개발 관계회사인 HA건설 명의로 광주 쌍촌동 일원에 100억원대의 아파트 부지를 은닉해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과 국세청은 이 부지에 대주 계열사 ‘동양상호저축은행’과 ‘HH개발’ 등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나 위장 금전거래에 의한 허위 근저당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도 수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허 전 회장과 황씨가 실질적 주주인 HA건설은 쌍촌동 324-1번지 2242㎡ 등 인근 4필지 3000여㎡의 아파트 부지를 갖고 있다. 2003년 8월 경기도 용인에서 설립돼 광주 두암동으로 본사를 옮긴 HA건설은 허 전 회장 측근 하모(55)씨와 심모(52)씨 등이 전·현직 등기이사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2005년 9월 이 부지를 HA건설 명의로 사들이면서 유모(72)씨에게 서류상 ‘바지 지분’ 5%를 쪼개준 뒤 ‘공유자 우선매수’ 권한을 활용해 왔다고 밝혔다. 세금 압류와 채권 확보에 나선 지방자치단체와 세무서 등에 앞서 언제든 권리행사를 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해뒀다는 의미다.

검찰은 유씨가 실제 HA건설에 빌려준 돈이 거의 없는데도 수억원의 근저당을 한 점과 HA건설 설립자본금이 20억원으로 HH개발의 1억원보다 20배나 많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의 아파트 부지는 감정가 35억원 수준으로 실제 거래시세는 100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쌍촌아파트재건축조합이 2012년 9월 재건축 사업을 위한 ‘지분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아파트 건립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HH개발과 HA건설에 수백억원의 ‘개인자금’ 또는 ‘비자금’을 수시로 빌려줬다가 부동산을 매각한 뒤 매매 차익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HA건설은 HH개발 감사보고서에도 등장하지 않을 만큼 베일 속에 가려졌지만 자본금과 그동안 금전거래 규모로 볼 때 허 전 회장의 금고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은 이날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날 벌금 49억5000만원을 납부했으며 골프장 등을 매각해 남은 174억여원도 완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탔으나 경기도 용인 공세지구 대주피오레 아파트 분양 피해자들이 차량을 가로막아 1시간50분 동안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1명이 실신해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허 전 회장은 “간판(피켓)을 쓰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리고 사람 모으는 데 하루 이틀 걸릴 텐데 어떻게 (사과문 발표 시간에 맞춰) 이 장소에 오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사과하러 왔는데 사과도 아니고 뭣도 아니게 됐다.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은 “아주머니들이 와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확실히 피해를 봤다면 회사와 접촉했을 텐데…. 실신해 나간 사람도 주민등록증 확인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