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암해수] 화산섬·바다가 만든 물… 산업화 깃발이 올랐다
입력 2014-04-05 02:25
40만년 전 제주 화산섬과 바다는 서로를 열렬히 갈망했다. 섬과 바다는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고귀한 옥동자를 탄생시켰다. 화산섬과 바다가 만들어낸 세계 유일의 물인 용암해수가 그것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용암해수가 이제 자신의 본모습을 활짝 드러냈다. 제주의 용암과 바다, 여기에 장구한 세월이 보태져 만들어진 용암해수가 본격적인 산업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무궁무진한 가치와 생명의 근원, 청정 용암해수를 추적한다.
용암해수. 용암과 해수의 조합인 이 단어는 왠지 생소하다. 용암해수는 학술적으로 염지하수(Saline ground water)로 표현된다.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가 처음 염지하수 개발에 나설 때의 명칭 역시 염지하수였다. 그러나 2006년 염지하수보다는 화산섬인 제주의 특성을 살려 용암해수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학계에서도 용암해수라는 새로운 단어를 받아들였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제주 현무암층에 자연 여과돼 육지의 지하로 스며든 물이다. 일반 해수나 해양심층수, 용암해수 모두 해수를 기원으로 하지만 용암해수는 육지의 지하수라는 점에서 이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해양심층수가 바닷속 깊은 곳에서 퍼낸 물이라면, 용암해수는 제주의 현무암층이 오랜 세월 걸러낸 지하수다. 최근 강원도 등에서 개발되고 있는 해양심층수와는 생성과정이나 취수 방법 등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개발비용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해양심층수는 육지에서 멀리 나가 바닷속 물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무척 높다. 해양심층수의 취수 비용은 50억∼150억원이나, 용암해수는 2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초기 투자비용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경쟁력을 갖는다.
용암해수는 제주 동부지역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1일 1000t 생산 기준으로 758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인 데다 순환자원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해 미래의 제주 수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용암해수는 연중 성분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성,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청정성, 기초 미네랄과 유용성분이 풍부한 기능성, 독성이 없고 유해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안전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해양심층수와 달리 암반층에 의해 육지 지하로 투과되면서 화산 암반층에서 유래한 바나듐, 셀레늄, 게르마늄 같은 인체에 유용한 희귀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그동안의 실험 결과 숙취 해소, 고지혈증 완화, 지방간 억제, 항산화 효과, 당뇨 개선 등의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암해수는 스파·의료·건강·미용 분야는 물론 먹는 샘물, 음료, 식품, 화장품, 비료·수경재배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청정 제주의 1·2·3차 산업을 융복합한 새로운 ‘제주형 6차 산업 성공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자원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용암해수의 진가를 알아봤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역희망박람회에서 “용암해수를 개발한 제주도민의 창의력과 저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용암해수 개발을 위해 2011년부터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용암해수산업단지를 조성해 왔다. 부지면적 19만7341㎡ 규모의 이 산업단지는 지난해 산업단지 조성과 분양을 성공리에 마쳤다. 용암해수를 활용한 식료품, 음료, 화장품 기업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현재 ㈜제이크리에이션이 100억원을 들여 공장 준공 및 제품 출시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6개 기업은 공장 설계를 진행 중이다. 용암해수산업단지에는 음료·식료품·화장품 제조업체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식료품 제조업체인 ㈜비케이바이오는 83억원을 투입해 1만383㎡ 부지에 생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우신트레이딩도 4275㎡ 부지에 28억1200만원을 투입한다. ㈜제주용암수는 3만㎡ 부지에 150억원을 투입해 음료제조·생산시설 설치 공사에 착수한다.
음료·화장품 업체들의 용암해수산업단지 입주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건강·뷰티 관련 업종 유치를 통해 다른 산업단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동종 산업을 집적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입주 기업들은 올해부터 용암해수를 활용한 기능성 음료 출시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일환 제주테크노파크 원장은 “용암해수를 활용한 사업의 확장 영역은 끝이 없다”며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제주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