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 트위터’ 음모
입력 2014-04-05 02:21
미국 정부가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려고 쿠바용 트위터를 만들어 배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작전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아니라 인도주의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2009∼2012년 진행됐다.
AP통신은 이런 내용을 담은 1000여쪽의 문건을 입수하고 관련자 취재를 통해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작전명은 ‘준주네오(ZunZuneo)’였다. 벌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뜻하는 쿠바 속어다. 트위터로 글을 전송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트윗(Tweet·짹짹)을 본뜬 것이다.
작전에는 민간 기술자들이 동원됐다. 임무는 트위터처럼 쿠바인 수십만명에게 접근할 수 있는 메시지 네트워크를 개발해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쿠바의 엄격한 인터넷·정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 정부 예산 160만 달러(약 17억원)가 투입됐다.
미국은 쿠바 정부가 배후를 알 수 없도록 유령 회사를 세웠다. 케이맨제도의 은행 계좌를 사용했다. 경영진에는 미 정부 연루설이 나오지 않을 사람을 앉혔다. 용역 업체 중 하나였던 이동통신 운영체제 개발사 모바일어코드의 2010년 기록에는 “미 정부 개입에 대한 언급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미 정부는 축구나 음악, 허리케인 속보처럼 무난한 뉴스 메시지로 이용자층을 확보했다. 구독자 수가 상당한 규모에 달했을 때 정치적 내용을 유포할 계획이었다. 반정부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프리카·중동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 같은 반정부 시위를 일으킬 의도였다. 종국엔 쿠바 정권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고 볼 수 있다. USAID 문건은 이를 ‘정부와 사회 간 힘의 균형 재조정’이라고 표현했다.
쿠바용 트위터 사용자는 2년여 동안 4만명을 넘겼다. 이들은 뉴스와 정치적 의견을 공유했다. 미국은 사용자의 메시지를 분석해 성별, 나이 등 개인정보는 물론 정치 성향까지 파악했다. 작전은 2012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기면서 돌연 중단됐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작전은 연방하원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권한을 인정받아 진행됐다”며 “쿠바인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유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