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암 걸린 미국인의 母情… 자신 목숨보다 아기 선택했다

입력 2014-04-05 03:26


암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다시 찾아왔다. 엘리자베스 조이스(36)를 괴롭히기로 작심한 저승사자처럼. 미국 뉴욕의 조이스는 지난해 여름 임신했다.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2010년 완치 판정 때까지 받은 항암 치료 때문에 일찍 폐경을 맞았다. 조이스는 이 기적 같은 일이 자기 목숨을 가져갈 줄 몰랐을 것이다. 그는 한 달 뒤 암 재발 진단을 받는다.

조이스는 수술로 허리의 악성종양을 들어냈다. 암세포가 더 없는지 확인하려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전신을 들여다봐야 했다. 이 검사는 몸속에 조영제라는 염료를 집어넣어야 한다.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의사는 낙태를 제안했다. 조이스는 검사를 거부했다. 아이를 선택한 것이다.

임신 25~26주쯤 조이스는 암 치료를 하나씩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는 건강해 보였다고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토퍼 헨즈가 3일(현지시간) ABC방송에 말했다. 헨즈는 조이스의 출산 과정을 촬영했다. 그는 조이스가 암 치료 중 입덧에 시달리면서도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고 전했다.

임신 막바지로 갈수록 조이스는 숨쉬기 힘겨워 했다. 커다란 암 덩어리가 양쪽 폐를 누르고 있었다. 의료진은 서둘러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조이스의 딸 릴리는 지난 1월 23일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출산 예정일은 3월 4일이었다.

숨쉬기도 벅찬 조이스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한 첫마디는 “릴리는 어때요”였다. “나는 괜찮은가”가 아니었다고 조이스 담당 의사 조애나 스톤 박사는 말했다. 조이스의 복부는 이미 상당량 종양으로 뒤덮여 있었다. 암세포는 빠르게 번졌다. 지난달 9일 조이스는 딸을 안은 남편 곁에서 숨졌다.

스톤은 “퇴원한 조이스를 방문했을 때 아이를 안고 있는 그의 얼굴에 나타난 기쁨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는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이 아이를 갖기 위해 모든 걸 똑같이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