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페라’ 부르는 팝페라 그룹 ‘트루바’… “오페라와 트로트가 어울릴까요? 들어보세요”

입력 2014-04-05 02:07


세 사람은 서로 많이 다르다. 나이도, 음색도 차이가 크다. 그러나 비슷하기도 하다. 모두 시립합창단 단원이고 주일이면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노래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팝페라 그룹 ‘트루바’가 평생 계획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트루바는 직업(Job) 사역(Ministry) 예술(Art)의 조화를 이룬 그룹처럼 보인다.

직업 사역 예술은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의 주된 고민 지점이다. 세 가지를 모두 이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트루바는 그런 면에서 긍정적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트루바는 음유시인(troubadour)이란 뜻이다. 최근 국민일보에서 트루바 멤버 박창일(44) 김정범(42) 고원석(32)씨를 만났다. 프로그램 기획자이자 매니저 문진해(36·여)씨도 동석했다. 문씨는 리더 박씨의 아내다. 인터뷰 중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왜 트루바를 결성하게 됐나.

“어느 날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안드레아 보첼리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불렀어요. 근데 이 사람(박창일)이 ‘나 이 사람보다 더 노래 잘할 수 있는데’ 그러는 거예요. 근데 제 생각에도 남편이 보첼리보다 더 잘 할것 같은 거예요.(다같이 웃음) 그래서 같이할 사람을 찾았어요.”(문진해)

문씨는 2009년 결성 당시 안산시립합창단 단원이었다. 동료 김정범에게 그룹 결성을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립합창단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자유롭게 하긴 어렵잖아요. 성악가로서 나만의 노래를 할 기회다 싶었어요.”(김정범)

박창일은 수원시립합창단 테너, 김정범과 고원석은 각각 안산시립합창단 베이스와 테너다. 문씨는 총신대 교회음악과 재학 시절 교내 채플에서 노래하는 박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저를 반년 가까이 쫓아다녀서 사귀게 됐어요.”(박창일) 문씨는 “사실”이라며 웃었다.

트루바는 ‘뽕페라’란 새로운 장르를 최초로 무대에서 선보였다. 트로트와 클래식의 결합이다. 예를 들면 트로트 ‘님은 먼 곳에’를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Vocalis)’ 음률과 섞어 부른다. “와서 들어보세요. 오페라와 트로트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묘하게 잘 어울려요. 저희는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오페라 곡을 부르고, 대중적인 접근을 위해 팝페라도 불러요.”(김정범)

트루바는 예술가곡 시리즈, 음악극 ‘세 친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학원에서 공연기획을 공부하는 문씨의 힘이 크다. “요즘 관객들은 노래만을 듣기 위해 공연장에 오는 게 아니에요. 예술에 대한 지식, 극적인 즐거움 등 다양한 걸 원하죠. 그런 걸 채워주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어요. 교회음악 시리즈도 지금 구상 중이에요.”(문진해)

-안정된 직업을 갖고 그룹 활동까지 하고 있다. 많은 CCM 사역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여건이다.

“저희도 참 감사하게 생각해요. 직업에서 얻는 수입을 음반 제작 등에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많아요. 예를 들어 트루바 공연 일정이 있는 날과 합창단 공연 일정이 생기는 경우죠. 한쪽에는 피해를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척 곤란해지죠.”(박창일) “심지어 저는 낮에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 트루바 공연을 한 적도 있어요.”(고원석)

-세 사람 나이 차이도 많고 성격도 다 다르다. 그룹 안에서 싸움도 많이 생기지 않나.

“신기하게도 저희 셋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경우는 별로 없어요. 하나님의 은혜죠.(미소) 오히려 저희 세 사람과 기획자님(멤버들은 문씨를 이렇게 불렀다) 사이에 대립이 많아요. 기획자가 다양한 연기와 많은 연습을 요구하면 저희가 ‘무리하다’면서 시위를 벌이는 거죠.(웃음) 리더와 기획자님이 대표로 다투죠.”(고원석) “하도 많이 싸우다 보니 이젠 싸움의 기술이 생겼어요.”(박창일)

-최근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성가 앨범 ‘고백’을 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저희는 백발이 될 때까지 노래를 부르려고 해요. 아주 작은 교회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하나님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박창일) “저희 어머니는 제가 목사님이 되길 서원하셨는데 이번 앨범 나온 거 보고 정말 기뻐하셨어요. 노래로 하나님을 전할 수 있어 기뻐요.”(고원석)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