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 할 땐 언제고, 성가시다고 버려서야… 1996년부터 유기견 돌보는 인진주씨
입력 2014-04-04 17:55 수정 2014-04-05 02:31
“길에서, 동물병원에서 만난 강아지 모두가 내겐 보물이자 가족입니다.”
충북 음성에 사는 스위스인 인진주(68·본명 마가레트 닝게토·구세군음성교회·사진)씨의 말이다. 인씨는 집에서 14마리의 개를 기르는데 그중 12마리가 유기견이다. 지난 1일 인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길거리를 하염없이 헤매는 모습이 꼭 내 어린시절 같아 한두 마리씩 데려오다 보니 어느덧 12마리나 됐다”며 “장기간 방치돼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개들이 건강을 되찾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의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인씨는 1985년 한국에 정착했다. 75년 관광차 한국을 찾은 것이 계기였다. 스물아홉 벽안의 처녀 눈에 비친 한국은 가난하지만 서로 돕는 정 많은 나라였다. 한국 고유의 정서에 끌린 그는 20여년간 광주와 울산, 경기도, 전북 등지 보육원에서 부모 잃은 가난한 아이들을 돌봤다. 2000년대부터는 월드비전을 통해 알게 된 우간다, 스리랑카 등 26개국의 빈곤층 어린이들을 후원한다.
하지만 그가 돌본 건 버려진 아이들만이 아니다. 인씨는 96년부터 유기견을 돌봤다. 그는 18년 동안 지역 5일장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유기견, 출산 후유증으로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개 등 여러 사연을 가진 개 12마리를 가족으로 맞았다. 동물병원에 데려가도 유기견을 찾는 이들이 거의 없는 데다 열흘 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인씨는 매일 이빨이 안 좋은 고령견을 위해 사료를 불리고, 손수 털을 깎으며 정기적으로 예방접종과 목욕, 산책을 시킨다. 그럼에도 키우는 데 힘든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을 더 늘릴 계획은 없다. 책임감을 가진 견주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저 귀여우면 키우죠. 하지만 미운 행동을 하거나 휴가, 임신 등 개인 사정이 생기면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물은 물건이 아니에요. 좀 더 심사숙고해 사랑으로 키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