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천국에 가나요?… 크리스천과 동물
입력 2014-04-04 17:48 수정 2014-04-05 10:25
#서울 상도동에 사는 김윤희(60·여)씨는 ‘해피’ 때문에 잠을 설친다. 해피는 김씨가 10년간 키워온 강아지다. 그런데 2주 전 잃어버렸다. 해피는 5년 전 사별한 남편과 함께 길렀고 남편을 떠나보낸 뒤엔 김씨의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김씨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해피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견이었다. 어디서 헤매고 있을 해피를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초조하다. 해피는 김씨를 잘 따랐다. 어떤 때는 마치 영혼을 가진 듯 느낄 때도 있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김씨는 간혹 해피가 자기를 쳐다볼 때는 남편의 영혼이 임한 것 같은 ‘위험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해피가 실종된 이후 김씨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김씨의 기도제목은 해피가 하루 속히 돌아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1000만명 이상이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과거에는 강아지나 고양이에 국한됐던 동물의 종류도 어느새 물고기와 말, 새, 파충류 등 다양한 종류로 확대되고 있다. 용어도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변하면서 ‘귀여운 동물’에서 인간의 ‘동반자’로 격상됐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완동물 양육인구는 359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정의 17.9%로 국민 5명 중 1명은 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최근 한국인의 동물 사랑은 각별해 관련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애완견의 경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애완견용 가방이 출시됐고 개와 주인이 함께하는 요가까지 등장했다. 강아지 전용 옷장이 따로 있으며 민감한 피부를 위한 유기농 면 소재 옷도 나왔다. 애견호텔 스파에서 마사지까지 받는 강아지도 볼 수 있다. 이같이 ‘호화로운’ 소비 행태에 대해 애견인들은 ‘강아지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동물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나 생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방치하거나 죽게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유기동물은 총 9만6268마리이며 그중 개가 5만5902마리이고 고양이 3만9195마리, 기타 1171마리였다. 2012년에는 2986마리 증가한 9만9254마리가 버려졌다. 하지만 실제 유기되는 동물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크리스천은 동물과 어느 정도 선에서 친해져야 할까. 기독교계에서는 대체로 동물 보호나 사랑은 필요하나 지나친 집착은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는 이웃이 우리 주위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동물에 대한 지나친 물질적, 정서적 집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앙에서 동물에 대한 관점은 분명하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청지기적 사명이다. 복음주의 기독교 신학은 이에 대해 거의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 목사는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 중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으며 땅과 그 안의 피조물들에 대한 책임 있는 지배권을 받았다는 진리를 버릴 수 없다”며 “기독교인은 동물들의 소유 권리를 말하기보다 동물들에 대한, 그리고 그들을 위한 우리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고 그의 책 ‘현대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에서 언급한 바 있다.
기독교 역사에서 동물에 대한 견해는 시대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초기 교회의 경우 식습관과 연결돼 육식을 삼가는 대신 동물과의 접촉을 추구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회복하려 했다. 중세에서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가 짐승들은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형제와 자매로 대해야 한다고 했다.
근대에서는 인간이나 동물 모두 고통에 대한 감각이 있으며 동물도 동정과 정의의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현대 신학자 중 한 명인 스탠리 하워와스는 “인간은 동물 위에 군림하고 착취하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다른 동물을 위한 청지기로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위치는 하나님과 동물 사이의 중재이지 동물에 대한 지배(dominion)가 아니다.
성경에는 동물에 대한 언급이 많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동물의 통치를 위탁했다(창 1:26). 노아 방주(창 8) 이야기는 동물은 하나님 사랑의 대상일 뿐 아니라 인간을 돕는 존재로 출현한다. 안식일 계명(출 20:8~11)은 동물도 인간과 같이 자신의 고유한 욕구를 충족하고(신 25:4, 시 104:14) 생명을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이웃으로 나타난다. 이사야 11장 6~9절은 메시아 왕국이 도래했다는 징표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이웃됨과 평화를 소망했다. 시편 104편은 모든 짐승과 생축이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것이라고 선언한다. 신약에서도 참새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눅 12:6, 마 10:29)의 모습이 그려지며 예수님은 40일 시험을 받으면서 들짐승과 함께 지내셨다(막 1:13).
동물에 대한 신학적 논의 안에는 동물의 권리나 영혼 유무, 구원 논쟁도 첨예한 부분이다. 동물 권리의 경우 동물에게 도덕적,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호남신학대 김형민 교수는 “아담이 동물의 이름을 짓는 것 자체는 동물을 다스리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동물권은 동물에 대한 복지와 보호를 담당해야 할 인간의 책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에 영혼이 있다는 주장은 구원론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이 역시 복음주의적 견해는 단호한 편이다. 동물은 생명은 있지만 영혼을 가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는 “인간 외에는 영혼이 없다”며 “동물은 생물학적 차원에서 유기적인 현상으로서의 생명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구원이란 용어를 영혼 없는 동물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한 이후에는 동물을 포함한 피조세계에 회복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