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꽃이 피는 때
입력 2014-04-05 02:38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밖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봄 햇살 속에 꽃들은 화사한 자태로 교태를 부린다. 봄나들이를 할 계획을 세웠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온 조카에게 한국의 봄 정취를 맛보게 하고 싶어 봄나들이를 가자고 청했다. 그런데 갈 수가 없단다. 취업을 위해 이름도 생소한 ‘스터디 룸’이라는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졸업하기 힘들다는 외국의 이름 있는 학교에서 있는 힘 다해 공부하고 왔는데 또 공부라니, 인생의 봄날인 청춘들이 도서실에서, 스터디 룸에서, 방 속에서 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알 수 없는 독자가 ‘도와주세요’라는 급박한 제목의 메일을 보내왔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취업 시험에 몇 번 떨어지더니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우리 교회 김 집사의 아들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탈모 현상이 왔다고 했다. 페이스북으로 내게 소식을 보내오는 취업을 못한 채 점점 나이 들어가는 청년은 “교회에도 나는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누구도 나를 상대해주려 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그들은 봄을 느낄 수가 없다. 암담한 청춘의 봄이다. 그럼에도 올해도 봄은 왔다. 햇살 속에 꽃들이 만개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그들이 꽃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린다.
젊음의 생기를 잃은 대학로를 걷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나무를 보았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흔들리고 아픈 것이다. 져 버릴 봄을 초조해하다 문득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의 뙤약볕에 피는 꽃도 있고, 모두 낙엽을 떨구는 가을에 피는 꽃도 있고, 차가운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도 있다. 인생의 꽃도 피는 시기가 다 다를 수 있지 않겠는가. 봄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청춘이 있다면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피어낼 자신의 꽃을 위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