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취업애로 파악나선 현오석 부총리 일행 ‘황당한 답변’

입력 2014-04-04 03:48

야근하며 대학은 어떻게? “주경야독 거쳐 성공”

시간선택제 제대로 될까? “비정규직 갈 수밖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유한공업고등학교를 찾았다. 기업맞춤형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취업 애로를 듣고 일·병행 학습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청년고용 촉진을 위한 경제부총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현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2017년까지 고등학교에 기업맞춤형반을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며 청년고용 지원계획을 소개했다. 맞춤형 교육을 위해 기업이 지원하는 학교 운영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취업한 후 대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재직자 특별전형,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관련 부처 고위 공무원들까지 동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정부가 강조하는 선(先)취업 후(後)진학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호소했다. 한 학생은 “부총리께서 선취업 후진학하라고 하셨는데 야근하면서 어떻게 대학에 가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자투리 시간을 내서 학교에 다니라고 하시니…”라고 말했다.

이에 박백범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학교에서 직업 인성교육을 더하고 현장에 나가는 학생도 각오를 좀 더 해야 한다”면서 “주경야독이란 말이 있듯이 그런 과정을 거쳐 인생이 성공한다”고 답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2018년까지 산업단지에 학교를 25개 세우려 한다”면서 “학생들이 취업 후 진학할 기회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학교에서 회사 실무를 배우고 입사해도 전혀 다른 직무에 배치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임금이 낮고 복지 수준이 형편없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한 학생은 “고교 3년간 기계과에서 설계만 배웠는데 (전혀 다른) 현장에 배치되니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그렇다 보니 7개월 전에 40명이 입사했는데 지금 회사에 남은 사람은 10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저는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달리 취업 후 물류팀에서 박스 포장만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대학원 재학생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정규직으로 제대로 전환될지 걱정된다”며 일자리에 대한 질을 우려했다. 이에 이관섭 실장은 “앞으로 고용 형태는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어서 근로자들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면서 “계속 학습해서 자기 가치를 높이는 방법뿐이다”라고 말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 비해 고졸채용이 이슈가 덜 되고 있어 아쉽다”면서 “특성화고 학생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취업상담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부는 간담회를 ‘타운홀 미팅(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양식)’ 형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관계 부처의 답변이 무성의하고 이미 시행 중인 정책만 나열해 학생들의 눈높이와는 동떨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