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안보전략 이토 당시와 비슷”… 중·일 석학들 고려대서 ‘동아시아…’ 주제 강연
입력 2014-04-04 03:38
중국과 일본 석학이 고려대에 모여 양국 관계의 미래를 고민하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재단법인 사회과학원은 3일 류장용 중국 칭화대 당대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과 히라노 겐이치로 도쿄대·와세다대 명예교수(전 일본아시아역사자료센터장)를 초대해 ‘동아시아 권력질서의 재편과 중·일 관계’를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히라노 교수는 “동아시아 곳곳에서 근대 이전의 영토와 국경에 대한 문제가 부활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것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직접 방문한 일,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 등 ‘국경’에 집착하는 전근대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렇게 아시아가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걸음을 잘못 내딛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일본과 일본인에게 있다”며 “일본의 역사가 다른 나라에 끼친 손해에 보상과 배상은 끝났는지, 일본인이 근대에 일으킨 역사 문제에 진지하게 임했는지 깊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평화헌법 제9조로 인해 일본이 다시 영토를 확장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범동아시아적인 논의와 검토, 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 부원장은 중·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일 정치관계가 중장기적으로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베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중·일 관계에 여러 장애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댜오위다오 문제, 신방위계획 수립 등이 장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아베 정권의 외교가 전면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중·일 갈등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류 부원장은 아베 정부를 이토 히로부미 내각과 비교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먼저 아베 총리가 국가안보보장전략 보고서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을 겨냥해 군사력을 정비키로 한 것은 1887년 이토 내각이 중국을 침략하는 ‘청국정도(征討)책안’을 작성하고 92년 중국을 겨냥한 5년 확군계획을 완성한 것과 겹친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가 설립한 국가안보보장회의는 이토 히로부미가 전면적인 군사통치를 위해 건립한 ‘대본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안보전략이 중국과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는 점, 일본 교민 안전 보호를 명목으로 자위대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점도 두 내각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류 부원장은 중국의 대일본 정책을 연구하는 중·일 관계 전문가다. 히라노 명예교수는 국제관계에 문화인류학적 관점을 도입해 국제문화론 연구의 지평을 연 원로 정치학자로 일본국제문화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