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도넘은 금융CEO 퇴직금 제동 건다

입력 2014-04-04 02:04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퇴직금에 불합리한 관행이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에 CEO·임원진의 과도한 연봉을 조정하게 하는 한편 합리적인 수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금융회사들이 영업 실적과 무관하게 성과급을 챙길 수 있는 평가체계를 운영하는 점, 명확한 근거 없이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유럽연합(EU) 은행들은 CEO의 연봉이 일반 직원의 10배를 넘지 못한다”는 규제가 근거로 제시됐다.

금감원의 조치는 최근 12월 결산법인들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며 일부 CEO의 천문학적인 퇴직금이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31일 재보험사 코리안리 공시에 따르면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은 15년 재직 퇴직금으로 159억5678만2000원을 챙겼다. 이는 코리안리 직원 평균 연봉(6500만원)의 245배를 넘는다. LIG 구자원 회장의 동생 구자준 LIG손해보험 전 회장도 11년 재직 퇴직금이 42억2000만원으로 공시됐다.

금감원은 우선 CEO들의 퇴직금 누진율이 적정한지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가 된 코리안리의 경우 일반 직원에게 매년 월 통상임금의 1.2배를 퇴직금으로 쌓는 데 비해 사장은 4배를 적립한다. 보험사 가운데는 회장의 퇴직금 누진율이 일반 직원의 5배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퇴직 시 거액의 수당을 특별공로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는 관행도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비정상적인 고액 보수 지급 관행을 개선해야 경영 투명성이 제고된다고 본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율성을 침해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적절한 보상 지급이나 인재 영입 등 효율적 경영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