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탈북’ 여간첩 항소심도 실형… 이씨, 의자에 앉아 펑펑 울어
입력 2014-04-04 02:05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간첩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은 이모(39·여)씨는 항소심 재판장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법정 경위가 다가가 내용을 설명하자 이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예?”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법정 의자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경위 3명이 이씨를 끌어냈지만 울음소리는 다음 재판 피고인이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됐다.
1975년 북한에서 태어난 이씨는 스무 살에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이씨는 남편의 외도로 2005년 이혼했고 2012년 북한 보위사령부에 포섭돼 공작원 교육을 받았다. 보위부는 이씨에게 탈북자 최모씨와 국가정보원 직원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최씨는 연인 관계였던 이씨와 헤어진 후 탈북해 한국에서 반북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7일 태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대사관에는 ‘생활이 어려워 탈북했다’고 밝혔다. 2개월 후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심리검사를 받았지만 거짓말탐지기 회피 약물을 사용해 통과했다. 하지만 100여일 남짓 계속된 집중 신문은 버티지 못했다. 이씨는 결국 합신센터에서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보위부의 강요로 북에 있는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강요로 인한 간첩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3일 “피고인이 사회에 나갔을 경우 탈북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추가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