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황금알이라더니… ‘영종도 카지노’ 마냥 좋아할 일 아니네
입력 2014-04-04 03:43
다시 보자, 외자 유치
영국은 1980∼90년대 경기침체의 대안으로 외국인 투자를 통한 고용 확대와 경제활성화를 유도했다. 당시 마거릿 대처 수상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모두 영국기업”이라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외국 기업들을 유치했다. 특히 웨일스 지방정부는 300개가 넘는 외국기업을 유치했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웨일스는 여전히 영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다. 굴지의 거대 다국적기업이 영국 내 제조기반으로 웨일스를 활용했을 뿐 실제 투자에 인색했고 순고용 창출 효과도 낮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일 “웨일스의 사례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지표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금빛 외자 유치, 논란의 씨앗 되나=정부는 지난달 19일 영종도에 국내 첫 외국인 카지노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계 카지노업체인 리포&시저스컨소시엄(LOCZ)은 2023년까지 모두 2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8년까지 800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2020년까지 8900억원의 관광 수입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LOCZ가 2조3000억원을 모두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LOCZ는 현재 2018년까지 7437억원(32%)만을 약속한 상황이다. 카지노업계 안팎에서는 LOCZ가 1단계 투자를 빌미로 내국인 출입 가능한 오픈카지노 허용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카지노 자본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에 1조원 이상 투자한 전례는 없다”며 “1단계 투자를 한 뒤 추가 투자를 오픈카지노 전환과 연계해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LOCZ가 미국계라는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국가의 법령과 정책으로 차별을 받거나 피해를 입은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7년째 공전 중인 무늬만 외국인 투자=2007년 11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화성에 ‘한국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2012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는 연간 3조원의 생산효과와 5만8000명의 고용효과, 1900억원의 세수 증대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와 화성시, 유니버설스튜디오 컨소시엄이 모두 2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7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삽 한번 뜨지 못했다. 계획대로 된다 해도 유니버설스튜디오 측은 단 한 푼 투자 없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받아가게 돼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컨소시엄은 지분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우지 못해 외국인 투자기업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무늬만 외국인 투자사업이지 사실은 국부유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최근에는 화성 바로 옆인 안산에 파라마운트사가 무비 테마파크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파라마운트사는 1조9000억원의 투자금액 중 35%를 외자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08년도에 이미 유니버설스튜디오 건립을 위해 1000억원의 지원 예산을 잡아놨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주체가 누가됐든 공사가 시작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작용 현실화된 제주도 중국인 투자=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로 바뀐 뒤 사람·자본·상품의 이동의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해 왔다. 특히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된 이후 중국 자본이 밀려오고 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18개 기업이 모두 7조3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콘도미니엄 등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보니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제주도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한 실정이다. 또 7조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투자가 완료된 금액은 10%도 안 되는 4610억원뿐이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정책팀장은 “무분별한 중국 자본 유치로 자연환경이 뛰어난 해발 600m 이상 ‘중산간 지역’이 개발 명목으로 파헤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절대 선’이라는 공식을 버리고 우리 경제의 혁신역량 창출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첨단산업 쪽 투자가 이뤄지면 기술 이전과 고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카지노 자본이나 제주도 부동산 개발로는 지속적인 경제활성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