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22곳 이자만큼도 이익 못내면서 등기임원 연봉은 10억대 이상
입력 2014-04-04 02:31
매출 기준 100대 기업 가운데 22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면서 등기임원에게 10억원대 이상의 고액 연봉을 안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100위권 안에 드는 기업 중 KT, 두산건설, CJ대한통운 등 22곳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1 미만이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내야 하는 이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들은 지난해 등기임원에게 최대 32억원, 1인당 평균 6억3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자보상배율이 -7.3인 삼성SDI는 지난해 127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이자비용으로 173억원을 썼다. 그런데도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지난해 보수로 20억9000만원을 받는 등 등기임원 평균보수는 17억6000만원이나 됐다. 이자보상배율이 -0.8인 한진해운도 등기임원에게 평균 14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 급감해 이자보상배율이 0.8로 떨어진 KT 등기임원도 ‘연봉 잔치’를 벌였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퇴직금을 포함해 29억7900만원을 받는 등 등기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4억100만원이었다.
또한 재벌 오너와 월급쟁이 출신 전문경영인(CEO)의 급여 차이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재벌그룹 오너 중에서 100% 급여만으로 고액 연봉을 거둔 인물은 모두 5명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등기이사로 있는 현대차 등 계열사 3곳에서 총 140억원의 보수를 급여로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연봉 57억2000만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47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47억5000만원) 등도 전체 보수액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었다. 이 밖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22억6300만원),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14억220만원), 구자열 LS 회장(9억5900만원) 등도 급여만으로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손에 쥐었다.
이에 반해 샐러리맨 출신 등기임원은 전체 급여에서 인센티브 개념의 상여금 비중이 컸다. 샐러리맨 출신 CEO 중 ‘연봉 왕’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체 연봉 67억7300만원 중에서 급여 비중(26%)보다 상여금 비중(30%)이 더 컸다. 대표적 샐러리맨 경영자인 강유식 LG 부회장 역시 전체 보수액(7억7000만원)의 60%가 상여금이다. 김준식 포스코 사장(연봉 8억1000만원)과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연봉 7억원)도 지난해 전체 연봉 가운데 상여금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