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이스터高 졸업생 공공기관 취업률… 정부 정책·관심 따라 오르락내리락

입력 2014-04-04 03:48


올해 마이스터고교 졸업생에게 유독 공공기관 취업문이 좁아졌다. 일선 교사들은 정부 정책이나 관심의 강도에 따라 졸업생의 공공기관 취업률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문 직업교육을 하는 마이스터고는 산업계의 인력 수요에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목적고다. 고교생 취업을 장려한 이명박정부의 적극적 지원 속에 2010년부터 활성화돼 올해 21개 마이스터고에서 2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국민일보가 3일 입수한 ‘마이스터고 2014년 졸업생(2기 졸업생) 학교별 취업률’에 따르면 2기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잠정 취업률(2월 28일 기준)은 91.6%로 1기 졸업생 취업률(2013년 4월 1일 기준) 90.3%보다 소폭 상승했다. 기업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률은 각각 38.5%, 46.1%로 전년 대비 0.4∼0.9% 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공공기관 취업률은 15.4%에 그쳐 지난해보다 1.3% 포인트 하락했다. 공공기관 취업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학교는 원주의료고로 전년에 비해 25명이나 감소했다. 수도전기공고도 전년보다 공공기관 취업자가 22명이나 적다. 공공기관 취업자 수가 전년에 미치지 못하는 마이스터고는 절반이 넘는 11곳이나 된다.

마이스터고에서는 바뀐 정부의 분위기가 취업률 하락으로 직결됐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이스터고 졸업생 취업을 장려하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첫 졸업생이 배출될 때만 해도 정권 차원에서 마이스터고에 관심이 많았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도 적극 협조했다”면서 “지금은 정권이 바뀌고 정부 관심도 떨어지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 정책의 초점이 ‘고용률 70%’에 맞춰지면서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손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이명박정부에서는 고졸 채용이 화두가 됐고, 정부가 적극 지원해 성과가 나오니까 많은 학생들이 꿈을 갖고 마이스터고 문을 두드렸다”면서 “지금은 모든 공공기관이 고졸 채용보다는 시간제 일자리를 비롯한 고용률 70% 정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되레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일자리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특성화고 등에도 공기업 취업 문호를 개방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도 취업률 하락의 원인이다. 공공기관이 취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내신성적 등을 요구하는데, 취업 교육에 초점이 맞춰진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는 이런 평가 항목이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마이스터고에 가는 학생들은 정부의 지원 등을 믿고 대학 진학 대신 인생을 걸고 취업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이에 따라 취업이 흔들린다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어떻게 정부와 마이스터고를 믿겠느냐”고 비난했다.

교육부는 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조해 마이스터고 졸업생 취업 현황을 최종 확인한 뒤 다음 달에 취업률을 확정 발표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