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 정찰기 파장] 北 무인기, 청와대·서북도서 일대 300여장 촬영
입력 2014-04-04 04:27
국방부, 사진 공개
북한의 소형 무인기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1번 국도는 물론 소청도와 대청도를 돌며 무려 300여장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무인기들이 찍은 사진에는 대한민국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청와대와 서북도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방부는 3일 청와대를 포함한 서울 경복궁 일대와 은평뉴타운,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지축역 일대, 소청도와 대청도를 찍은 6장을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에서 지난달 24일 추락한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은 모두 193장에 이른다. 이 무인기는 파주 인근에서 사진촬영을 시작해 시속 100㎞ 속도로 통일로를 따라 비행하며 촬영했고, 청와대 상공에 도착해서는 20초 이상 머물며 경내 사진을 찍었다.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다른 지역 사진보다 청와대를 포함한 경복궁 일대 사진이 좀더 선명하다. 청와대의 춘추관과 비서실 건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 명확하게 보인다. 은평뉴타운 및 삼송동 아파트 사진은 자동차까지 식별할 수 있으며 경복궁 일대 사진은 사람까지 식별된다. 북한 무인기는 고도 1∼1.5㎞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에 가까이 오면서는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고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1번 국도 사진은 유사시 북한이 공격로로 이용할 수 있는 도로여서 북한이 무인기에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입력해 집중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를 스캔하듯 지그재그로 비행하면서 무려 100여장을 찍었다. 특히 이 지역의 해병대 부대 등 주요 군사시설도 찍혔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구글어스 영상보다 떨어지고 해상도도 네이버나 다음의 위성사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구글어스나 인터넷에 실린 사진에는 청와대 구조나 군부대들이 지워져 있지만 무인기 촬영 사진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두 무인기 모두 실시간 영상송신 기능은 없어 현재로서는 이 사진들이 북한에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하면 주요지역 사진들이 고스란히 북한에 넘어갈 뻔했다.
한편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연료 부족으로 추락했으며 파주에서 떨어진 무인기는 엔진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경우 연료통에 잔여연료가 없었다”며 “북한이 연료량을 잘못 계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인기의 재질도 유리섬유를 겹겹이 쌓은 특수한 재질로 파주에서 떨어진 무인기에 사용된 폴리카보네이트와는 달랐다. 하지만 두 재질 모두 레이더파 반사율이 낮아 우리 군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에는 일제 니콘-800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에는 캐논 550D가 사용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