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 정찰기 파장] 北 무인기 빠르게 진화하는데… 국방부는 안일한 대처
입력 2014-04-04 03:24
구멍 뚫린 방공망 실태
북한의 무인기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위해 소형화하고 특수재질로 제작하는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작 국방부는 북한의 무인기 보유 현황과 운용 실태, 기술 수준 등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기 실체 파악 못한 국방부=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무인기가 발견됐을 때 국방부는 북한의 것으로 결론 내리지 못했다. 무인기를 자체 제작해 날리는 민간 동호인들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북한 무인기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특히 국방부 관계자가 무인기 추락 후 대공용의점이 없는 것처럼 흘리고 경찰에 넘겨 조사하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추가로 무인기가 추락하고 나서야 뒤늦게 시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은 3일 “국방부가 북한 무인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주에서 무인기가 발견됐을 때 그냥 넘어가려다 백령도에서 추가로 무인기가 발견되자 뒤늦게 북한의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은 안이한 대처였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상공에서 허가받지 않은 비행체가 발견될 경우 경고 없이 사격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진 수도방위사령부의 허술한 방공망 관리도 지탄받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북한 무인기=군사 전문가들은 파주와 백령도에 각각 추락한 소형 무인기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북한의 무인기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1990년대부터 무인기 개발에 주력해온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를 개발해 정찰뿐만 아니라 작전에 활용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우리 군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무인기는 4종류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처럼 노출되지 않은 기종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현재 8m 크기의 제트 추진 전술정찰용 무인기 VR-3 레이와 사단급·대대급에서 운용하는 2.78m 프체라, D-4RD와 무인타격기 MQM-107D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주로 중국을 통해 무인기를 수입해왔으며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에서 나온 배터리도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한 무인기 전문가는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무인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북한이 중국의 기술 수준에 근접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기술도 발전하고 있지만 더 위협적인 것은 북한의 무인기 운용 상황이다. 인하대 홍성표 교수는 “북한 무인기가 우리 군이 사용하는 것보다 월등히 낫다고 할 수 없지만 활용 방안은 우리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이 무인기를 정찰용으로 운용하고 있다면 북한은 정찰용뿐 아니라 타격용, 포격훈련 시 보조수단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무인기를 선호하는 것은 제작단가가 낮고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지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사실상 무인기를 탐지·타격할 수 있는 수단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토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