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T 여의도 벚꽃축제 이동기지국 차량 “인파 몰리면 긴장”… 이틀 밤새 선로작업

입력 2014-04-04 03:46


“벚꽃, 불꽃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때는 놀러 나온 가족들에게 전화를 쓰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입니다.”

올해로 3년째 벚꽃축제 현장에 파견된 SK텔레콤 수도권네트워크본부 황의용 매니저의 말이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 국회주차장에는 SK텔레콤의 이동기지국 차량과 발전차량이 서 있었다. 윤중로 벚꽃축제에 온 시민들의 이동통신 트래픽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5t 트럭 크기의 이동기지국 안에는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와 3세대(3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트래픽을 측정하는 기계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다양한 굵기의 케이블 수백개가 꽂혀 있는 기계들은 작은 불빛을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데이터를 주고받았다.

서울시는 3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벚꽃축제에 최대 300만명의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벚꽃 개화시기가 갑자기 앞당겨지면서 평상시 1주일 이상 걸리던 이동기지국 설치작업을 이틀 만에 서둘러 마쳐야 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황 매니저는 “이틀간 밤새 선로를 연결하는 작업 등을 했다”면서 “벚꽃축제가 끝날 때까지 6명의 직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현장에서 통신 품질을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벚꽃축제 기간 여의도에서 이동기지국 2곳을 운영한다. 올해엔 최초로 LTE-어드밴스트(A) 이동기지국도 설치했다.

평상시에는 출퇴근 시간에 트래픽이 가장 몰리지만 벚꽃축제 기간에는 오후 6∼7시가 가장 위험하다. 그래도 벚꽃축제는 불꽃축제보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 매년 가을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기간에는 이동기지국이 5곳이나 설치된다. 사진을 찍어 문자로 전송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황 매니저는 “벚꽃축제 때는 사람들이 지하철 여의나루역에서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써 장소와 시간이 분산되지만, 불꽃축제는 사람들이 다들 같은 자리에 있다가 불꽃이 터지면 동시에 사진을 찍어 전송하기 때문에 트래픽 과부하가 심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형 공연장이나 음악축제에서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벚꽃축제의 경우 예년보다 트래픽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LTE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면서 망 과부하 우려가 커졌고, 최근 통신장애 사건까지 겪으면서 위기감이 부쩍 높아진 탓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벚꽃축제 기간 이동기지국을 설치해 트래픽을 분산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이 측정한 결과 평상시 주말 기준으로 LTE용 휴대전화 트래픽양은 지난해보다 70% 증가했다. 3G WCDMA용 휴대전화 트래픽은 21% 늘었다. 황 매니저는 “지난 가을 불꽃축제를 기점으로 LTE 트래픽이 3G WCDMA를 역전했다”며 “그만큼 망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