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신·영혼·구원의 언어에 녹아들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입력 2014-04-04 04:11
‘어떤 명분이든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는 구원의 메시지가 묻어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은 ‘괴물 인간’이 갖는 드라마적 요소에 몰입되어 메시지를 튕겨 버린다. 관객의 내면과 세계관에 따라 이 작품은 콘서트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신앙이 된다. 그게 ‘프랑켄슈타인’의 매력이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프랑켄슈타인’ 무대는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 유준상과 괴물 앙리 뒤프레 역 한지상이 혼신을 다해 외치는 구원에 대한 절규였다. 그 절규는 가슴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였다. 레퀴엠 같이 음울했고, 때론 록 음악처럼 터질 듯 했다.
‘하나님을 믿어 지독하게. 하지만 그건 축복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주를 통해서지. 만약 하나님이 없다면 누가 이 세상을 이런 지옥으로 만들 수 있을까.’
무대에서 오가는 대사와 노래는 영국 작가 메리 셸리 원작 소설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신선한 뇌가 필요해”라는 악마의 유혹은 창조의 섭리를 거스른다. 피조물이 창조물을 만드는 자체가 저주를 끌어들이는 일이다. 당연히 징벌이 따른다.
무대는 흑사병이 창궐한 듯한 중세 뒷골목의 음습함이 배어있다. 병마에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되찾아 살리겠다고 침대에 눕힌 빅터. 그는 훗날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해 인조인간, 즉 ‘죽지 않는 군인’ 신체접합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인조인간 괴물의 탄생은 빅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빅터는 자신의 상처가 신의 저주라고 보았고, 그 신에 맞서 피조물을 만든다. 한데 그 피조물 앙리는 빅터를 향해 저주한다.
“교만한 빅터여. 그동안 내가 겪은 세상을, 불행을 돌려주리라.”
그럼에도 빅터는 앙리에게 신과 맞서 싸울 것을 권했고, 앙리는 빅터의 광기에 길들여진다. 하지만 앙리가 ‘생명’으로서 ‘생각’을 하면서 무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관객은 생명이 운명의 소산인지, 신의 섭리인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뮤지컬의 탄탄한 줄거리는 원작이 갖는 힘으로 인해 재론하지 않아도 된다. 한데 19세기 원작이 200년 후 한국에서 창작뮤지컬로 재탄생됐을 때 자칫 문화적 상이함으로 ‘괴물’을 낳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200년 동안 축복과 저주의 역사를 응축되게 경험한 한국 관객은 신과 영혼, 구원의 언어에 녹아들었다. 또 쭉 뻗은 키를 가진 배우들의 연기력, 기술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무대디자인, 의상 조명 분장 음향 영상 등이 라이선스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후반부 빅터와 앙리의 갈등을 지나치게 질질 끄는 점은 관객의 심리를 읽어내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작사 측은 “매번 기립 박수로 이어지는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일단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후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나갈 것”이라며 “중국, 일본과는 라이선스 체결과 관련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객석엔 유준상이 출연했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양희경 오연서 조윤희 심이영 등이 그의 열연을 지켜봤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