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의회·다당제 안통한다” 발언 후폭풍… 중국 네티즌 ‘체제 논쟁’ 시끌

입력 2014-04-04 03:40


중국 인터넷에서 사회 체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벨기에 부르제에 있는 유럽대(College of Europe)에서 공개강연을 통해 “(중국은) 입헌군주제, 의회제, 다당제, 대통령제 등을 시행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3일 올라온 대다수 글은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일부만 시 주석의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학자들도 찬반 의견을 보였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중국이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과거처럼 여론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이 신랑(新浪), 텅쉰(騰訊), 왕이(網易), 써우후(搜狐) 등 웨이보에 올린 글 가운데 시 주석 발언을 비판하는 글은 “깜짝 놀라 ‘중국의 꿈’을 깰 지경” 등이며 문화혁명 시절 홍위병을 거론하기도 했다.

‘홍콩의 이슬비’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시 주석의 발언에 홍콩, 마카오, 대만 동포들은 하나같이 웃는다. 그러나 대륙 동포들은 모두 운다”고 밝혔다. 아이디 ‘liuyong0730’은 “지난 100년 사이에 신문화운동의 발기인이자 ‘5·4운동’을 주도한 천두슈(陳獨秀)를 포함해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민주헌정을 찾기 위해 애썼다”며 “그러나 마오쩌둥과 그를 이은 지도자들은 민주헌정을 찾으려고 한 적이 있는가. 그들이 찾은 것은 전제군주제보다 더한 옛 소련식 폭정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아이디 ‘여름의 얼굴’은 “당천하(黨天下·공산당 일당지배를 지칭)는 황제 일가가 지배했던 ‘가천하(家天下)’때보다 권력 집중이 더 심한 체제”라며 “소위 ‘중국 특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전제군주제의 유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비해 시 주석 발언에 동조하는 네티즌은 “의지가 굳센 중국 영도자들은 우리가 재난에 처했을 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 틀림없이 아름다운 중국을 건설할 것”(아이디 ‘지갑에 돈이 부족해’)이라거나 “절약을 실천하고 평소 솔선수범하는 시 주석은 인민의 모범”(아이디 ‘힘을 다해 기적을 만들자’)이라는 등 중국 공산당과 지도자들을 칭송하는 내용을 주로 올렸다. “대만의 경우 다당제를 실시하지만 우리보다 그 결과가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네티즌도 있었다.

학자 중에서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교수는 “시 주석의 발언은 일당제가 역사적인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현재 중국의 체제를 비판하지 말라는 뜻이지 절대 이 체제가 변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는 “신해혁명 뒤의 중화민국은 민주주의 체제였지만 인민의 생활은 참으로 비참했다”며 시 주석의 주장에 동의했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 최고 지휘관 18명이 시 주석에게 이례적으로 공개 충성 맹세를 한 사실을 중앙군사위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가 2일 보도했다. 이들은 시 주석이 주창한 ‘중국의 꿈’과 ‘강군의 꿈’을 지지한다는 기고문을 각각 썼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의 군에 대한 장악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과 부패 척결과정에서 동요하는 군심(軍心)을 다잡기 위한 ‘이벤트’라는 진단이 엇갈린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