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끝내주는 ‘텍사스 사나이’… 끝내기 득점 이어 끝내기 밀어내기
입력 2014-04-04 03:51
3-3으로 맞서 있던 9회말 1사 만루. ‘추추 트레인’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필라델피아의 마무리 투수 조너선 파펠본이었다. 파펠본은 구속 80마일 중반의 스플리트와 9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다. 추신수는 두둑한 배짱으로 파펠본과 풀 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6구째로 바깥쪽 높은 볼이 들어오자 추신수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1루로 내달렸다. 짜릿한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2일(한국시간) 결승 득점을 올린 추신수는 이날 볼넷으로 결승 타점까지 올리며 2경기 연속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추신수는 3일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서 톱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밀어내기 타점으로 팀의 4대 3 승리를 이끌었다. 텍사스는 1-3으로 끌려가던 9회말 3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4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한 추신수는 시즌 타율 0.273(11타수 3안타)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아마도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리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상대 마무리 투수에게 9회 3점을 뽑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마지막까지 타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보인 덕분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이 이기는 데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섰고, 힘을 보태 기쁘다”고 말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상황에 대해 “초구에 스윙했던 공이 5구째에 비슷하게 들어왔다. 이날 파펠본이 가장 잘 던진 공이었는데 볼이 되면서 행운이 내게 왔다”고 설명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에게서 ‘그린 라이트(누상에서 벤치 지시 없이 뛸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던 추신수는 이날 1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번 타자 엘비스 안드루스와 눈을 맞춘 뒤 치고 달리기 작전을 감행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추신수는 안드루스 타석 때 초구에 2루로 뛰었고, 안드루스는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자리 빈 공간으로 안타를 날려 상대 실책으로 2, 3루 기회로 연결했다.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의 마지막 타석은 아주 훌륭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추신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잘했다. 27개의 아웃카운트가 기록될 때까지 경기는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필라델피아 마무리 파펠본은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3연속 볼을 던져 경기를 망쳤다”며 “텍사스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경기를 끝낸 것은 1999년 토드 질 이후 추신수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