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요즘 대세는 ‘꼬마버스 타요’ 10여년 ‘뽀통령’ 위상도 흔들
입력 2014-04-04 03:35 수정 2014-04-04 14:16
[친절한 쿡기자] ‘어린이들의 대통령’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EBS에서 세 번째 시리즈를 방영 중인 어린이용 국산 3D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캐릭터들이 서울 도심 곳곳을 달리고 있습니다.
타요를 버스정류소에서 봤다면 기념사진을 찍어둘만 합니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서울의 노선에서 7500여대 버스 가운데 단 4대만 ‘타요 버스’이기 때문이죠. 주인공인 파란색 ‘타요’의 노선번호는 370번, 초록색 ‘로기’는 2016번, 노란색 ‘라니’는 2211번, 빨간색 ‘가니’는 9401번입니다.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희귀한 타요 버스를 찾아 나선 시민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타요를 목격했다” “광화문에서 타요를 놓쳤다” “타요를 보기 위해 버스정류소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 “아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타요를 쫓아갔다”는 SNS의 목격담과 탑승 후기는 영화 속 추격전을 방불케 합니다.
2일에는 광화문 버스정류소에서 타요 버스를 기다리는 힙합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34)와 딸 하루(4)양이 시민들에게 포착됐습니다. 7세 이하 미취학아동과 부모에게 타요 버스의 ‘절대적’ 인기를 실감케 하는 해프닝이었죠. 새롭고 신기한 것에 열광하는 10, 20대 연령층도 타요 버스를 찾아 나선 승객으로 합류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서울시는 어린이 날인 다음달 5일까지 타요 버스를 100여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퇴근과 등하교에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눈·코·입만 붙였을 뿐인데 명물로 재조명을 받게 된 겁니다.
10여년 동안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뽀통령’으로 불린 ‘뽀로로’의 위상도 타요의 인기에 밀려 흔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SNS에는 지난달 26일 오전 8시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타요버스 출범 행사에서 버스에 탑승하는 어린이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뽀로로의 사진이 ‘실각한 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돌고 있습니다. 뽀로로가 타요에게 밀린 인지도를 실감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여 붙은 제목일 겁니다. “내가 너희를 업어 키웠는데 이렇게 배신해”라고 절규하며 분노한 뽀로로의 그림도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1% 안팎인 시청률에서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타요가 네티즌 사이에서 ‘대세’를 탄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타요 버스는 출근시간을 앞두고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의 탈선 사고로 교통대란이 벌어진 이날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지하철 승객이 버스정류소로 대거 몰리면서 벌어진 혼란 속에서 타요 버스는 고장 없이 운행하며 ‘시민의 발’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SNS에는 다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6·4지방선거를 2개월 앞둔 박원순 시장의 ‘선거용’ 아니냐는 것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뭔가 ‘찜찜함’이 남는 게 안타깝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