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미드’ 안방 휩쓸다… 웰메이드 해외 드라마 속속 상륙
입력 2014-04-04 02:33
영화 ‘그래비티(Gravity)’로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그의 차기작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 ‘빌리브(Believe)’다.
쿠아론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쓴 이 작품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국 NBC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채널 N을 통해 현지와 2주차를 두고 볼 수 있다.
올봄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웰메이드 해외 드라마가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올 상반기, CJ E&M 계열의 6개 채널에서 전파를 탔거나 방영을 앞둔 미국 드라마(미드)는 총 22편. 미드 전문채널 폭스 TV의 경우 한 주에 100시간 정도 미드를 방영한다. 우리나라에 미드가 소개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 ‘프리즌 브레이크’ 스타일의 수사물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엔 역사, 액션, 판타지, 종교 등 소재도 다양해졌다.
◇거장들의 변신…자본력 바탕으로 한 대작 많아=최신 경향은 ‘거장과의 협업’이다. 앞서 언급한 쿠아론 감독의 ‘빌리브’는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10일 미국 첫 방송 시청자수가 1056만명(닐슨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같은 채널에서 전파를 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 시즌 2’에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기획자로 이름을 올렸다. 핀처 감독은 영화 ‘패닉룸’(200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소셜 네트워크’(2010) 등의 연출자. 올 여름에는 영화 ‘퍼시픽림’(2013)의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가 미드 ‘스트레인’의 극본과 연출을 맡아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난다.
유명 감독이 만든 드라마들이 속속 전파를 타면서 국내 팬들의 기대감은 한층 증폭된 상황. 채널 N의 백수연 PD(구매담당)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지는 반면, 미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작이 많다”며 “최근엔 작가의 상상력과 고급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활용하는 작품이 나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 TV 정재용 국장은 “미드는 심의기준이 우리와 달라 표현할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드가 한국 드라마 시장에 주는 영향력도 크다. 미드에서 차용한 뮤직, 판타지, 스릴러, 공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경 넘는 드라마…이젠 방송 시차도 없다=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미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시즌 4’의 경우 오는 11일 케이블 채널 SCREEN을 통해 첫 방송된다. 중세 유럽을 본뜬 가상의 대륙 속 7개 왕국의 전쟁과 사랑을 그린 작품인데, 현지 첫 방송(7일) 이후 4일 만에 국내 브라운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월 5일 KBS 2TV를 통해 방송된 영국 드라마 ‘셜록홈즈 시즌 3’도 본방송 4일 만에 동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것이 이슈가 됐다.
국내 채널들이 이처럼 신작 미드의 편성을 서두르는 이유는 ‘어둠의 경로’ 때문이다. 현지에서 드라마가 방영되면 시청자들은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영상 위에 자발적으로 만든 번역 자막을 입혀 공유한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실시간으로 중국 시청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방송사들은 최대한 빠르게 신작을 편성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 현지 방송 전 미리 받아 번역은 물론, 심의기준에 맞게 검수하는 시간을 거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깐깐한 현지 보안유지정책을 따라줄 때야 가능하다. 대부분은 현지 방송 시작과 동시에 번역 작업에 돌입해 겨우 편성시간을 맞추는 형편이다. 백 PD는 “인터넷을 통해 국가 장벽을 넘어선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 이탈현상을 막고 양질의 영상을 정당하게 볼 수 있도록 시차를 줄여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