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 태세 총점검하고 대책 다져라

입력 2014-04-04 02:31

무기체계부터 군 정신력 강화까지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날아올 동안 우리 군이 무방비였다는 사실은 국방 태세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남북한 군사력은 우리가 절대 우위라고 하지만 주로 공군력의 압도적 우세에 따른 것이고 그 외 전력은 남한이 열세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무인기 사건에서 보듯 재래식 무기라고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수차례 교전이 있었으며 천안함 침몰로 장병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나서도 적절한 대책 마련이 미흡해 아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잊을 만하면 북한은 연평도를 겨냥해 포격을 퍼붓지만 우리 군은 몇 배로 보복사격을 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우리의 대응은 습관적이고 관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북한은 서해안 절벽 갱도 속에 가공할 위협 무기인 장사정포인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진지를 구축했기 때문에 우리 군과 미군의 포격이나 공습으로부터 다연장로켓포 등을 보호할 수 있다. 이때문에 우리의 대응 화력인 K-9 자주포는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곡사포라 북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천안함 사태의 교훈도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호위함인 천안함의 경우 퇴역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어뢰감지장치인 소나를 교체하지 않아 속절없이 비운을 맞았는데도 이지스함 등의 소나를 고성능으로 바꾸지 않고있다. 비용 문제가 있긴 하지만 북이 무려 70척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2년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군은 야포와 다연장로켓포 1만3000여문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의 2배가 훨씬 넘는 숫자이며 세계적으로도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특히 4800여문이 있는 장사정포는 서울과 수도권을 표적으로 삼고 있어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게다가 공격한 뒤 곧바로 이동하기 때문에 위치 추적이 쉽지 않다. 사전 공격 탐지가 최선인데도 우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군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군의 사기도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른바 ‘노크 귀순’이 단적으로 상징하듯 전방 장병의 군기도 많이 흐트러지고 있다. 신세대 사병들의 입소로 과거처럼 강도 높은 훈련과 엄정한 군기를 강조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군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무인기 사건을 빌미 삼아 고가의 무기를 무차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투의 요체는 무기에 있지 않고 무기 운용 능력에 있다는 것은 군이 더 잘 알 터다. 비록 재래식 무기라도 선제공격이 아닌 방어 개념인 우리 군으로서는 정비만 잘 하면 옛 무기도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 당국은 국민이 군을 진정으로 믿을 수 있도록 거듭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