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인지 연예인인지… 야구 여신?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입력 2014-04-04 02:33


케이블 스포츠 방송사들은 생중계로 먹고 산다. 다양한 종목이 있지만 시청률은 프로야구가 단연 최고다. 프로야구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간판으로 취급받는다. 야구팬들이 하루에 한 번씩 만나는 빼어난 미모의 여성 아나운서는 그렇게 ‘야구 여신’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야구 여신들은 선수 못지않게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MBC 스포츠플러스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하던 김민아(31)는 결혼 직후 SBS 스포츠로 이적, ‘베이스볼 S’를 진행 중이다. 직전까지 ‘베이스볼 S’를 맡았던 배지현(27)은 SBS 스포츠를 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MBC 스포츠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맞트레이드다. KBS N 스포츠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하던 최희(28)는 아예 프리랜서를 선언 후 KBS N 스포츠 출신 공서영(32)과 함께 연예 기획사 소속이 됐다. 둘은 현재 XTM ‘베이스볼 워너비’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거침없이 둥지를 바꾸는 이들을 두고 방송가에선 아나운서보다 연예인에 가까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적 이유는 당연히 돈과 기회다. 기존 출연료를 상회하는 제안이 오가고 방송인으로 수명을 연장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불과 며칠 만에 퇴사 통보를 받은 입장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전혀 상의도 없었다”라며 “연예계와 똑같다. 신입 아나운서 시절에는 평생 몸담을 것처럼 말하지만 소위 뜨고 나면 달라진다”고 전했다.

여성 아나운서를 연예인화 시킨 주체가 방송사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타이트한 의상과 전신을 훑는 듯한 카메라 앵글로 가득하다. XTM이 가장 심하다는 의견이 많다. 선정적인 의상이 등장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인터넷에는 노출이 화제가 된다. 성적인 표현을 담은 게시물도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방송사들은 시청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나운서는 “야구 여신이라는 칭호에는 관심도 없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힘들게 준비했고 야구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오로지 노출에만 관심이 집중된다”며 “늘 웃는 모습으로 대하지만 수명이 짧은 곳이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나운서와 연예인 경계에 갇힌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외국에는 10∼20년 활동하면서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여성 아나운서나 리포터가 많다”며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전문성에 맞춰져야 하는데 선정성으로 유혹하는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