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적대적 공생
입력 2014-04-04 02:31
#공생관계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개미와 진딧물이다. 진딧물은 식물의 수액을 먹고 ‘감로’라는 것을 배출한다. 맛이 달콤해 개미들이 좋아한다. 개미들은 감로를 계속 얻기 위해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나 풀잠자리가 다가오면 쫓아내며 진딧물을 보호한다.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는 말미잘이 소라집게의 고둥껍데기에 붙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먹이를 먹고, 대신 소라집게는 말미잘을 태우고 다니며 천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악어와 악어새, 벌과 꽃도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다.
공생과 달리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체표나 체내에서 양분을 취하며 생활하는 것은 기생(寄生)이라고 한다. 이따금 기생 당하는 숙주가 죽기도 한다. 사람 몸속의 기생충이나 동식물에 빌붙은 곰팡이와 세균 등이 이에 해당된다.
#흔히 여야를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칭한다. 걸핏하면 상대를 비난하고 삿대질하고 있으나, 이런 행위들을 여야가 생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당은 야당의 공격을 막을 유일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야당은 여당에 대적할 유일한 정당이라는 점을 각각 지지층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존립기반을 다져왔다는 얘기다. 양당제를 고착시키는 데에도 한몫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민주당과 통합하기 전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기성 정치권이 겉으론 으르렁거리나 실은 교묘하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위한 정치’를 펴왔다는 비판이었다. 그랬던 안 대표가 민주당과 손잡고 새누리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벌써 ‘적대적 공생관계’에 적응한 것일까.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지난해 6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안철수 의원의 최대 패착이 뭔지 아세요? 시민들의 정치 폄하와 혐오 분위기를 이용하는 겁니다. 일반인들 심리에 편승해 정치를 조롱하면서 박수를 받고, 그 위에서 정치를 하는 거예요. 굉장히 잘못된 거죠. 정치를 잘하도록 해야지, 반(反)정치를 택한 건 패착입니다.” 그러면서 안 의원과의 관계를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했다. 경쟁이 필요할 때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동지적 입장이 확인되는 부분은 함께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안철수 신당’과 통합했으니 안 대표의 패착은 사라진 것일까. ‘경쟁적 동지관계’는 유효한 건가. 기생관계는 아닐까. 혼돈스럽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