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공부의 정석은 없다… 읽고 토론하고 스스로 터득하는 것뿐

입력 2014-04-04 02:22


평생공부 가이드/모티머 J. 애들러/유유

이 책, 교양인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면 된다고 시시콜콜 조언하지 않는다. 심플하고 가벼운 겉모습과 달리 교양과 평생공부라는 주제의 핵심을 푹 찌르고 들어오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저자는 ‘독서의 기술’ ‘개념어 해석’ 등의 저서를 통해 미국에서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과 교양 보급에 힘썼던 철학자다. 그는 과거 지식을 종합적으로 조직하고 체계화하던 것과 달리 현대에 들어와 전문화된 분야별 지식을 알파벳순으로 배열하면서 교양과 인문학의 위기가 왔다고 말한다. 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편집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고전적인 알파벳순 대신 주제별 배열법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스펜 인문연구소’를 설립한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전문화라는 야만’이라는 말을 빌려와 이렇게 말한다. “아마추어 정신으로, 학식의 세계에 다가서는 종합적 접근법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야만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갖고 있지 않지만, 20세기 이전에는 당대 학식과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을 주는 ‘지도’가 존재했다며 이를 먼저 소개한다. 당대 철학자들의 구상이야말로 삶을 안내하기 위한 지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체육과 음악, 언어와 논증법을 배운 뒤 20세부터는 수학적 사유와 산술, 기하학 등을 배우라고 권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비슷하면서도 플라톤이 간과했던 물리적 세계와 자연 현상에 관한 학문을 포함해서 교양의 범위를 확 넓혔다. 이런 식으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철학자들의 구상을 통해 당대 교양을 쌓기 위해 필요했던 일종의 ‘족보’를 소개한다.

이어 저자는 앎의 방식 등 교양을 쌓는 데 필요한 능력에 대해 철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그는 인문학이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제외한 지식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지식의 특정한 갈래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과 상반되는, 지식의 모든 부문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법을 의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의 생각은 ‘읽고 토론하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나름대로 흡수하고 소화해서 체계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문학 열풍에 편승해 무언가 효과적인 공부법을 기대한 독자들이라면 글쎄, 안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재만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