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사유·영리화를 절대가치로 보는 현실 비판

입력 2014-04-04 02:16


우리의 아름다운 새 옷/잉고 슐체(오롯·1만2000원)

2013년 만해대상을 수상한 독일 출신 작가의 사회비평 에세이.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 빗대어 사유화와 영리화, 그리고 시장경쟁체제의 확대가 절대가치로 여겨지는 현실을 비판하며 시장의 논리에 지배되지 않는 참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강조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타난 인간과 사회문제를 문학의 형식으로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 에세이에서도 베를린 장벽과 소련이 붕괴되면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하나의 사고방식이 ‘임금님의 새 옷’처럼 우리를 자기기만의 동굴에 가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입한 ‘시장 동형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의 맹점에 타격을 가한다.

“이 개념으로 메르켈은 국제사회로부터 유능한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방금 창조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온전한 창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녀의 ‘시장 동형적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예외는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18쪽)

이 책은 잉고 슐체가 2011년 12월 18일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에서 열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하나의 항의’에 연사로 참가해 강연한 내용을 보완해 출간했다.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을 사실상 민주주의의 퇴보로 보는 그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원성철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