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과잉진단 유도하는 제약사들의 검은 상술
입력 2014-04-04 02:16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앨런 프랜시스(사이언스북스·1만8000원)
정신병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어린이 80명 중 1명, 한국에서는 어린이 38명 중 1명꼴로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덩달아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양극성 장애(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성인들도 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정신 장애자로 돌변하게 되었을까? 정신 장애를 진단하는 의학의 진단 체계가 더욱 정교해졌기 때문일까? 책은 그 이유를 제약사들의 ‘검은 상술’에서 찾고 있다. 오늘날 각종 신종 정신 장애가 유행병처럼 번지게 된 것은 제약사들이 과잉 진단을 하도록 유도하며 질병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정신의학부장으로 일하는 저자는 최근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 장애 진단의 ‘바이블’로 삼아온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SM) 개정작업을 주도해 온 정신과 의사다. DSM은 미국정신의학회가 만든 정신장애 진단기준이다. 저자는 1952년 처음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 개정된 이 기준이 어떻게 계속 완화돼 왔는지, 어떻게 정상인을 비정상 환자로 만들어왔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너 자신을 알라’, ‘의사와 협동하라’ 등 정신과 상담을 받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지침도 유익하다. 김명남 옮김.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