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항공보안] ‘무인기 북한제’ 결론 왜… 군용 십자 낙하산 장착, 北 복귀 가능한 연료 남아

입력 2014-04-03 03:11

국방부가 2일 경기도 파주와 인천 백령도에 추락한 소형 무인기에 대해 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무인기 동호회 등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우선 두 대의 소형 무인기에는 모두 낙하산이 달려 있었다. 특히 십자 낙하산은 군에서 운용하는 것이다. 경로도 다르다. 파주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는 북쪽에서 와 서울을 거쳐 다시 북쪽으로 가는 도중에 추락했다. 북한지역으로 복귀할 수 있을 만한 양의 연료가 남아 있었다는 점도 북한의 소행임을 반증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쓰지 않는 한글과 중국 한자도 새겨져 있었다.

국방부는 이 소형 무인기들이 기술적으로는 초보적인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일본제 카메라가 부착된 것으로 실시간 영상 송수신은 불가능하고 카메라로 촬영한 후 회수하는 초보적인 수준의 정찰용 무인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캐논 EOS 550D 보급용이며 렌즈도 기본 사양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해상도는 정보사항이라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일반 렌즈로 1㎞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무인기가 촬영한 영상에는 파주 등 경기도 북부와 서울 지역 일부가 들어있었지만 국방부는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개 시 북한에 성공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정밀하게 촬영된 것도 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무인기가 서울지역 상공을 비행한 고도는 1∼1.5㎞ 정도였다. 무인기에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돼 있었으나 일정 고도를 설정해 날아가게 한 수준으로 지형에 따라 고도를 조정하는 기능은 갖추지 못했다.

백령도로 침투했던 무인기는 북한이 포탄 도발 당시 띄웠던 공군 공중레이더에 포착됐으나 도중에 사라졌다. 그 시점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추락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파주 지역에 추락한 무인기는 포착되지 않았다. 현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지상 저고도레이더로는 탐지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처럼 초보적인 수준의 무인기를 침투시킨 이유는 분명치 않다. 군 일각에서는 그간 중형 무인기를 생산해온 북한이 새로 소형 무인기를 제작해 시험용으로 띄워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군의 탐지체계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북한 소행이 분명하다면 영공 침해로 국제법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