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항공보안] 레이더에 안잡히는 무인기… 기밀 찍어가도 포착 못해
입력 2014-04-03 03:36
지난달 24일과 31일 경기도 파주시와 인천 백령도에서 잇따라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북한 제품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우리 영토를 어디까지 정찰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허술한 항공보안 시스템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北, 어디까지 들여다봤나=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미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무인기는 서울의 1∼1.5㎞ 상공에서 1800만 화소의 캐논 EOS-550D 카메라를 이용해 파주와 서울을 잇는 국도 1호선 등 193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국도 1호선은 유사시 북한의 주요 예상 공격로 중 하나다.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해병대 6여단 등 서북도서 군부대 50여장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9 자주포 등 주요 전력 배치 상황까지 촬영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 무인기가 발견되기 전에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에서 다수 활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정부의 심장부인 청와대 상공까지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군의 대공 탐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항공보안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은 우리 군 레이더가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물체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했다. 육군은 현재 저고도탐지레이더(TPS-830K)를 운용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유인 비행체만 탐지할 수 있고 소형 무인기는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도 전방 지역에서 저고도 감시용 레이더(갭필러)를 운용하고 있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접경지역이 넓어 전체를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소형 경량 무인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비행체를 활용하는 동호인에 대한 공역 통제, 경량비행체 등록 등 각종 제도 보완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南, 어떤 무인기를 활용하고 있나=우리 군은 송골매와 서처, 스카이락-Ⅱ 등의 무인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다. 송골매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무인정찰기의 필요성이 제기돼 우리 기술로 제작됐다. 2002년부터 군단급 부대에 배치돼 북한군 병력과 장비, 이동표적 등에 대한 실시간 영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이 두절되면 자동 귀환하고 실시간 원격조종이 가능하며 자동항법 비행도 할 수 있다. 길이는 4.8m, 체공시간은 5시간이고 작전반경은 110㎞이다.
서처는 이스라엘제로 2005년 5군단에 처음 배치됐으며 중·동부전선 포병부대 작전과 기갑부대 작전을 위해 운용되고 있다. 서처의 길이는 5.5m, 체공시간은 14시간이고 작전반경은 100㎞이다. 스카이락-Ⅱ는 전방감시능력 확대를 위해 2009년 이스라엘에서 도입됐으며 차량발사대를 이용해 이륙한다. 우리 군은 1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올해 상반기 중에 미국과 구매계약을 맺어 지상 20㎞ 이상에서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급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2018년까지 4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