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뒤늦게 제도 정비, 일정 기간 근무하면 다른 임지로… ‘향판’ 원천봉쇄
입력 2014-04-03 03:28
일당 5억원 ‘황제노역’ 사태로 공분을 산 법원과 검찰이 뒤늦게 제도 정비에 나섰다. 대법원은 향판(지역법관)제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고, 검찰은 미납 고액 벌금을 강제집행하기 위해 ‘재산 집중 추적·집행팀’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향판 가능성 원천봉쇄=현재 향판이 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우선 2004년부터 시행된 지역법관제도가 있다. 지역법관제도는 대부분의 판사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고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현상 때문에 도입됐다. 지방과 수도권을 번갈아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는 안정성 때문에 현재 300여명이 지역법관으로 근무 중이다. 대법원은 내년 2월 정기인사 때부터 지역법관을 더 이상 뽑지 않고 점차 수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300여명의 지역법관 중 절반가량은 올해로 10년 기한을 채웠다. 나머지 150여명 중 70여명은 5∼6년차 미만 법관으로 인사 대상이 아니다. 지역법관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인사 대상자는 80여명에 불과하다. 박병대 행정처장은 “제도 폐지가 법원에 큰 충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굳이 지역법관제도를 통하지 않더라도 희망근무지역으로 지방을 써내기만 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광주에서 29년 동안 근무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대표적이었다. 판사들이 대부분 수도권을 희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근무를 지망하기만 하면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이 제도도 개선해 지역근무 희망 법관들도 일정기간 다른 지역을 순환 근무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예를 들어 20년 판사생활 동안 한 지역에서 13년을 일한다면 나머지 7년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식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순환근무 시기와 기간 등을 검토해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이다.
장 법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대법원 행정처의 결정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 법원장이 2010년 허 전 회장 판결을 내리기 전인 2007년에 아파트 매매가 이뤄져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시한도 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처가 장 법원장의 해명만 듣고 장 법원장과 허재호 전 회장의 대주그룹 간 아파트 매매 의혹을 서둘러 결론지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 ‘집중 추적·집행팀’ 설치=검찰도 ‘몸으로 때우는’ 고액 벌금 미납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기로 했다. 일선 검찰청마다 ‘재산 집중 추적·집행팀’을 설치·운영한다. 추적팀은 공판부·집행과·공익법무관으로 구성된다. 검찰이 현재 파악한 1억원 이상 고액 벌금 미납액은 허 전 회장의 224억원을 포함해 모두 1321억원이다.
추적팀은 벌금 미납자의 동산·부동산뿐 아니라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 보유 내역까지 파악해 재산을 은닉할 경우 민법상의 소송 등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재판부가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책정하는 노역장 일당이 부당하게 높은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상고하기로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