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칠레 규모 8.2 강진… 환태평양이 위험하다

입력 2014-04-03 03:32


칠레 북부해안에서 1일 오후 8시46분(현지시간)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자정까지 사망자는 최소 6명으로 확인됐다. 한때 중남미의 태평양 해안 전체에 발령됐던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는 다행히 5시간 만에 해제됐다. 하지만 이번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

◇대지진 전조일까=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칠레 국립지진센터(CSN)에 따르면 진앙은 칠레 북부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인 이키케에서 북서쪽으로 99㎞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은 해저 10㎞ 깊이다. 지진 발생 45분 만에 북부 해역에서 최고 1.9m 높이에 달하는 쓰나미가 발생했다고 미국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가 밝혔다.

칠레는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연간 200만번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하지만 규모 8.0 이상의 강진은 연간 1번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칠레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남미와 북미 해안, 태평양 건너 일본,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등을 연결하는 고리 모양의 화산대로 육지, 해저를 가리지 않고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때문에 이 지역은 ‘불의 고리(Rings of fire)’로 불린다.

지질학 이론인 ‘판 구조론’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각을 덮는 판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다른 판들과 충돌하는 부분에 위치해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했다.

칠레 북부지역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달 16일에는 규모 6.7의 지진이 두 차례 일어났고, 17일에는 규모 5.7의 지진이 있었다. 22일에는 규모 5.8, 5.2, 4.4의 지진이 잇따라 일어났다. 23일엔 규모 6.1의 지진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8일 만에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칠레뿐 아니라 지난달 28일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뒤 100여 차례 여진이 이어졌고, 환태평양 지진대 중 지진이 거의 없었던 뉴질랜드에서도 31일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대지진 전조가 아닐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릭 알멘딩거 미 코넬대 지구대기과학과 교수는 미 NBC방송에 “1877년 이후 칠레 해안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여기 고인 에너지는 이번 지진으로 전부 분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때도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 규모 7.3의 지진이 전조로 발생했다”면서 “최근 칠레의 잇단 지진이 전조인지 아니면 이번 강진이 전조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쓰나미 영향은 작을 듯=규모 면에서 이번 지진이 위력적이었지만 비교적 신속한 대피와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 덕분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 마흐무드 알레우이 칠레 내무장관은 “이키케 등지에서 무너진 벽에 깔리거나 심장 발작으로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칠레 시민들은 밤새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대피소나 안전한 고지대로 가기 위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교통이 마비됐다. 일부 건물에서는 불길이 치솟았고, 이키케 감옥에서 300명의 여성 수감자가 탈출하기도 했다. 인근 도시까지 7시간 여진이 이어졌고 수백㎞ 떨어진 페루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지진이 발생하면 갑자기 해안을 덮치는 쓰나미 때문에 항상 피해가 컸다. 하지만 페루에서도 0.5m 높이의 파도가 이는 데 그쳤고 미 하와이나 일본에도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