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쩌민 견제에도 ‘부패척결’ 뚝심
입력 2014-04-03 03:42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원로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당과 군부에 대한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1일 중앙군사위원회 순시조(巡視組)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지난(濟南)군구와 베이징군구에 대한 감찰을 실시한 결과 엄청난 비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중앙군사위 순시조는 지난해 11월 정식 출범한 뒤 첫 감찰 대상으로 두 군구를 선택한 것이다.
순시조는 공산당 내 최고 감찰·사정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가 운영해 오던 감찰반으로 그동안 인민해방군 내에서는 순시제도가 운영되지 않았다. 지난군구는 ‘인민해방군 내 부패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정치위원으로 근무한 곳이다. 그는 그 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에 의해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발탁되면서 베이징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쉬차이허우는 현재 쌍규(雙規·당원을 구금상태에서 조사하는 것) 상태로 방광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부에 대한 장악력이 약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미 기소된 구쥔산(谷俊山) 전 총후근부(군수담당) 부부장(중장) 등과 함께 ‘계급 장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3조원대에 달하는 비리를 저지른 구쥔산은 지난군구에서 쉬차이허우를 만나면서 출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화통신이 이처럼 군부 내 대표적인 부패 인물 두 명이 근무했던 지난군구에 대한 ‘표적 사정’ 결과를 발표한 것은 구쥔산에 이어 쉬차이허우에 대해서도 비리를 단죄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장 전 주석 등이 시 주석이 1년 넘게 부패 척결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견제에 나섰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 직후에 신화통신 보도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군구 감찰에서는 간부 승진, 부대 내 각종 공사, 토지 소유권 이전, 군용 주택 매매, 의료 서비스 등에 있어서 심각한 부패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중앙군사위 순시공작영도소조(조장 쉬치량 군사위 부주석)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고 “해당 부대는 드러난 비리를 시한을 정해 바로잡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만 연합보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저우빈(周濱)이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군내 매관매직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구쥔산 중장이 돈을 받고 승진시키는 데 연루된 군인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특히 장군 승진을 위해선 3000만 위안(약 51억원)을 상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1일 벨기에에서 가진 공개강연을 통해 “중국은 의회제, 다당제, 총통제 등을 도입해 봤지만 실현 불가능했다”고 일당독재를 비판해온 서방국가들을 향해 밝혔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