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 좌초 위기 직면… 1년여 공들인 케리 입지 ‘휘청’
입력 2014-04-03 03:36
이달 말이 마감시한인 중동 평화협상이 팔레스타인의 유엔기구 가입 신청과 미국-팔레스타인 고위급 회담 결렬 등으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1년여 동안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던 외교 현안이 위기를 맞으면서 케리 장관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일(현지시간)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15개 유엔기구·협약에 독자 가입한다는 신청서에 서명하고 즉각 신청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평화협상을 재개하면서 협상 기간에는 국제기구 가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로 다가온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상 시한을 내년까지로 연장하는 정도로 ‘축소된’ 의제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평화협상 재개 당시 약속한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을 미루고 있다고 비난하며 “미국 행정부와 충돌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권리를 행사한다”고 말했다. 압바스의 발표 직후 케리 국무장관은 2일로 예정됐던 중동 방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지난해에만 12번이나 중동을 방문하며 평화협상에 공을 들여왔다. 케리 장관은 당초 내년까지 양측 간 최종단계 협정을 맺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최근에는 협정의 핵심 원칙을 강조하는 데서도 발을 뺀 상황이다. 1년여 동안 그가 쏟아온 노력이 헛수고가 될 공산이 높아진 셈이다.
한편으로는 팔레스타인의 이번 조치가 평화협상을 깨려는 것이기보다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베드 라보 사무총장은 임시 행정수도 라말라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평화회담이 봉착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케리 국무장관의 노력이 며칠 내 재개되길 바란다. 우리는 이런 노력들이 끝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다만 속임수가 아니라 진짜 정치적 절차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