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그 매력적인 아이템… 마이크 놓지 않는 TV

입력 2014-04-03 02:33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 속담은 통하지 않는다. 부르고 또 부른다. 장르는 불문, 세대도 초월한다. 기성 가수의 가창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작사와 작곡이라는 요소가 활용되고 합창과 오디션, 가요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신도 가능하다.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아마추어 경연 정도에나 소재로 쓰였던 노래는 이제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가 됐다.

◇안방극장 예능은 노래가 대세=최근 단연 ‘핫’한 노래 예능은 KBS ‘불후의 명곡’이다. 2011년 6월 첫 방송한 ‘불후의 명곡’은 가수들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운 MBC ‘일밤-나는 가수다’ 아류 격으로 시작했지만 이듬해 4월 ‘전설을 노래하다’ 콘셉트로 바꾼 후 순풍을 타고 있다. 최근 정규 15집으로 컴백한 이선희 특집으로 진행된 지난달 30일 방송은 13.4%의 시청률(전국·닐슨코리아 기준)로 동시간대 강자인 MBC ‘무한도전’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대중 뇌리에 각인된 가수·작사가·작곡가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빼어난 가창력으로 선보인 무대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아마추어 대결의 장인 오디션 서바이벌도 계속되고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는 폐지 수순을 밟은 MBC ‘위대한 탄생’과 달리 개성 있는 참가자들과 심사위원 교체에 힘입어 Mnet ‘슈퍼스타K’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와 일반인 참가자가 팀을 구성해 경쟁을 펼치는 Mnet ‘트로트 엑스’, 대중이 직접 자신의 사연을 가사로 만들어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곡을 입힌다는 KBS ‘밀리언셀러’도 지난달 첫 방송된 후 호평을 받고 있다.

역사와 전통의 노래 예능도 승승장구 중이다. 1980년 시작한 KBS ‘전국노래자랑’은 아직도 시청률 10%는 거뜬히 넘길 정도로 일요일 정오의 국민 예능이다.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SBS ‘도전 1000곡’도 일요일 오전 리모콘을 붙들고 있다. 내년과 올해 각각 30주년과 10주년을 맞는 KBS ‘가요무대’와 ‘콘서트 7080’, 지난해 1000회를 돌파한 ‘열린음악회’ 인기도 여전하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EBS ‘스페이스 공감’ 또한 고품격 라이브 무대로 롱런 중이다.

◇무대 넘어 토크쇼·드라마까지 활용=노래를 소재로 한 예능은 2001년 KBS ‘해피투게더’ 코너인 쟁반 노래방이 인기를 끌면서 보편화됐다. MBC ‘무한도전’은 2년마다 한 번씩 가요제를 개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KBS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은 합창대회로 감동을 줬다. MBC만이 ‘쇼바이벌’(2007) ‘일밤-오빠밴드’(2009) ‘위대한 탄생V3’(2012) 부진 직후 마땅한 노래 예능이 없는 상태다. 직접 노래를 부르진 않지만 MBC ‘라디오스타’와 Mnet ‘비틀즈 코드’ ‘음담패설’처럼 노래를 토크쇼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노래 예능에 등장한 곡들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음원 차트를 강타한다. 새로 편곡한 신곡과 과거 원곡이 차트 상위권에 오른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를 통한 수익은 방송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노래를 통한 ‘추억 팔이’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1994’ 신드롬의 원인이기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한동윤씨는 “노래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일상적인 문화이다 보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무척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면서도 “과거 인기 있던 곡들이 더 인기가 높아지는 반면 새롭게 알려지는 곡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진지하다기보다는 가볍게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