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어거스트:가족의 초상’] 명배우들의 연기경연… ‘막장’이라도 빠져든다

입력 2014-04-03 03:05


눅진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어느 날, 미국 오클라호마주(州)에 위치한 시골 마을 오세이지 카운티에 가족들이 모였다. 떨어져 살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의 부음이 전해졌기 때문. 그런데 이들 가족의 성격이나 인생 스토리가 범상치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가 보여주는 막장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어머니 바이올렛(메릴 스트리프)은 각종 약물에 중독된 환자이며 구강암까지 앓고 있다. 큰딸 바바라(줄리아 로버츠)는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 남편 빌(이완 맥그리거)과 이혼하기 직전이다. 사촌인 리틀 찰스(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어딘가 어수룩하기 짝이 없고 셋째 딸 캐런(줄리엣 루이스)은 호색한과 눈이 맞았다.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은 이처럼 기구한 캐릭터가 다수 출연하는 작품이다. ‘고품격 막장 드라마’라는 선전 문구가 잘 어울리는 건 내용은 막장이지만 막강한 출연진이 빚어내는 연기 호흡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상영시간(121분) 내내 명배우들의 연기 경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점심을 먹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베테랑 배우 메릴 스트리프의 지휘 아래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연기 열전이 그려진다. 스트피프는 줄리아 로버츠를 상대로 “너는 (남편의 외도 상대인) 젊은 여자하고 게임이 안 된다”며 모욕감을 주는 등 시종일관 자식들을 상대로 이죽거리는데, 스트리프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왜 명배우로 칭송받는지 확인하게 된다. 로버츠가 어머니인 스트리프를 상대로 약병을 빼앗기 위해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나머지 배우들 역시 자기가 맡은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메가폰을 잡은 존 웰스 감독은 “이 배우들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을 바라본다는 건 정말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토니상과 퓰리처상 등을 수상한 미국 작가 트레이시 레츠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며 할리우드 톱스타인 조지 클루니가 제작을 맡았다. 3일 개봉. 15세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