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으로 그린 ‘수면 파스텔화’… 봄꽃이 아름다운 호수·저수지 5選
입력 2014-04-03 02:25
유례없는 초여름 날씨로 벚꽃을 비롯한 봄꽃이 전국에서 동시에 피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남녘에서는 분홍색 복사꽃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한강변 버드나무는 연둣빛 새싹이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봄꽃과 신록은 어디서나 아름답지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나 저수지와 어우러지면 더욱 황홀하다. 봄꽃과 신록이 멋스런 화순 세량지 등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전국의 호수 및 저수지 5곳을 소개한다.
◇삼만육천지(경기도 용인)=에버랜드 인근에는 호암호수로 불리는 삼만육천지가 있다. 1970년대 자연농원 개발 시절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면적이 3만6000평이라 삼만육천지로 명명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삼만육천지 주변에 조성된 700m 길이의 벚꽃터널과 호숫가 벚꽃 산책로에는 왕벚나무를 비롯해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능수벚나무 등이 1만 그루나 식재되어 있다.
벚꽃이 서울보다 일주일 쯤 늦게 피는 삼만육천지의 절경은 호수에 비친 벚꽃의 반영이다. 특히 이른 아침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벚꽃의 반영이 몽환적이다. 호숫가 산책로의 왕벚꽃이 지고 난 후에 피는 산벚꽃은 삼만육천지가 숨겨 놓은 비경. 영동고속도로 마성톨게이트부터 에버랜드 정문에 이르는 2.2㎞ 구간의 벚꽃 가로수 길은 드라이브를 겸해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경포호(강원도 강릉)=호수가 거울처럼 맑다는 뜻의 경포호는 관동팔경 중 제1경으로 둘레가 4.3㎞인 석호이다. 호수 가운데에는 홍장암과 조암으로 불리는 바위섬이 있는데, 바위에는 송시열이 쓴 ‘鳥巖(조암)’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다. 해운정·방해정·경호정·금란정 등 옛 건축물이 호수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주변에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선교장, 오죽헌 등이 위치하고 있다.
경포호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이다. 경포호 벚꽃길은 선교장 직전에 위치한 옛 7번 국도 사거리에서 경포대 앞을 지나 경포호 중앙통로에 이르기까지 3㎞에 걸쳐 있다. 수령 40∼50년을 헤아리는 벚나무들은 이달 초순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경포호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경포대 주변으로 경포대에 오르면 호반을 수놓은 벚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풍호(충북 제천)=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단양군·제천시·충주시를 구절양장으로 흐르는 남한강과 주변 마을이 수몰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 청풍호는 호수를 따라 단양팔경 등 절경이 이어져 ‘중부내륙 답사 1번지’로 불린다. 공식 명칭은 충주호이지만 제천 사람들은 제천지역의 호수를 청풍호로 부른다.
제천의 청풍호반 벚꽃길은 약 13㎞로 청풍문화재단지를 비롯해 번지점프로 유명한 청풍랜드를 한눈에 조망하는 ‘만남의 광장’에서 절정을 이룬다. 청풍호반을 수놓은 왕벚꽃도 아름답지만 청풍호에 발을 담근, 이 산 저 산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순백의 산벚나무 꽃이 연두색 신록과 어우러지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청풍호 벚꽃축제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세량지(전남 화순)=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9년에 준공된 화순 세량지는 산벚꽃이 만개하는 이달 중순에는 사진작가들이 하루에 수천 명이나 찾는 출사지이다. 세량지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부터 낮은 산등성이에서 해가 솟을 때까지. 연둣빛 버드나무와 연분홍 산벚나무가 수면에 색색의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잔물결이 출렁이고 물안개가 움직일 때마다 물감을 섞어 휘저은 듯 황홀한 자태를 연출하는 세량지는 사진작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행정구역은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이지만 광주에서 접근이 쉽다. 광주시 남구에 위치한 광주대학교에서 도곡온천 방향으로 칠구재터널을 지나면 오른쪽이 바로 세량리 입구다. 마을 입구에서 저수지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반곡지(경북 경산)=연두색 왕버드나무 새순과 분홍색 복사꽃이 파스텔 톤의 반영을 그리는 반곡지는 한국판 무릉도원이다. 반곡지를 중심으로 30여 가구가 오순도순 처마를 맞댄 경북 경산시 남산면의 반곡리는 해마다 이맘때면 복사꽃이 장관을 이루는 동요 속 산골마을을 연출한다. 특히 반곡지 둑에 뿌리를 내린 20여 그루의 아름드리 왕버드나무 반영은 청송의 주산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반곡지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왕버드나무 고목에서 연두색 새순이 돋아나고 저수지를 둘러싼 과수원에서 복사꽃이 만발하는 4월 중순 무렵.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잔잔하면 수면에 비친 왕버드나무 반영이 데칼코마니 기법의 그림처럼 환상적이다. 150m 길이의 반곡지 둑길은 웨딩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