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422개 ‘사막의 에덴동산’… 실크로드 역사 오롯한 중국 인촨의 텅거리사막

입력 2014-04-03 02:19 수정 2014-04-03 10:04


중국 지도를 펼치면 대륙 한가운데 북쪽으로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닝샤 후이족(寧夏 回族) 자치구가 있다. 자치구의 정부 소재지 인촨(銀川)은 닝샤평원 중앙에서 살짝 왼편으로 치우쳐 만리장성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서하(西夏)의 고도(古都)이다. 인촨은 후이족에서부터 탕구트족(黨項族)과 한족에 이르는 실크로드의 광대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금빛 사막을 체험할 수 있는 숨겨진 보석과 같은 곳이다.

인촨 여행의 압권은 사막이다. 몽골어로 ‘하늘처럼 넓다’는 뜻의 텅거리(騰格里) 사막은 중국에서 4번째로 큰 사막이다. 모래층의 깊이가 무려 100m나 돼 세계 사막의 원조로 불린다. 텅거리에서는 바람과 모래가 빚어 놓은 파도 같은 유려한 곡선의 땅을 감상할 수 있다.

텅거리가 시작되는 퉁후(通湖)초원에 서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지평선 너머로 스러지는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마치 나 홀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서있는 듯한 생경함을 누릴 수 있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사막과 초원에서의 낭만과 애수는 자연 앞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텅거리에는 422개의 크고 작은 오아시스가 있다. 사막이지만 습지와 소금호수, 초원, 밀림, 갈대숲 등의 다채롭고 독특한 자연 경관도 함께 지니고 있어서 ‘사막속의 에덴 동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물과 풀이 있는 사막이라 양과 낙타, 말을 쉽게 보거나 탈 수 있다. 현지 안내판에는 일출과 일몰은 물론 한밤에도 텅거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소개돼 있다. 한밤에는 노마드의 텐트인 몽고포(蒙古包)에 누워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은하수를 볼 수 있다.

텅거리에서 8.3㎞ 떨어진 곳에는 중국의 5A급 관광지인 사포터우(沙波頭) 사막이 있다. 중국의 관광지는 A등급의 개수로 구분되는데 5A가 최고 등급이다. 5A급은 중국에 100여곳이 있다. 텅거리가 애수와 낭만 어린 곳이라면 사포터우는 신나고 즐거운 관광지로 정평이 나있다. 낙타 타기, 모래 썰매, 사막 오프로드, 양가죽 뗏목 래프팅 등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200m 정도의 내리막을 내달리는 모래 썰매장에는 썰매를 타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양손으로는 썰매의 브레이크를 잡고 엉덩이에 힘을 주면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가끔 균형을 잃고 모래바닥을 구르는 여행객들도 있다. 함께 여행을 간 한국인 여성이 박력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며 데굴데굴 모래 바닥을 구르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 모래는 부드러워 위험하지 않다.

우람한 크기의 장갑차나 오픈카를 이용한 사막 오프로드 체험도 짜릿하다. 굉음과 함께 모래 바람을 맞받으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쾌감은 여행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함께 여행했던 한 한국인 여행사 대표는 오프로드 차량이 사구의 높은 곳에서 깎아지른 듯한 경사를 내달리자 “어이쿠∼, 이거 번지점프 보다 훨씬 재미있네!”라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사막 외에도 서하릉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서하는 1038년 이원호가 자신을 황제로 칭하고 송나라에서 독립해 지금의 인촨에 세운 제국으로 1227년 몽골에게 멸망됐다. 190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서하가 현재까지도 주목받는 것은 바로 ‘동양의 피라미드’라 불리는 서하릉 때문이다. 모래 벽돌로 쌓은 직경 36m 높이 24m짜리 무덤이 10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원호가 벽돌에 화살을 쏴 화살이 꽂히면 현장 관리의 목을 벴다고 한다. 살기 위해 튼튼하게 만들어 현재까지도 건재하다는 것이다. 그 전설을 때문인지 서하박물관에 전시된 이원호의 조각상은 눈매가 무시무시하다.

인촨 인근에는 이밖에도 볼거리가 많다. 텅거리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가 호수 주변에 쌓여 만들어진 사호(沙湖)가 있다. 사호 역시 5A급 관광지로 30여명을 수용하는 나무배를 타고 호수 한 가운데에 모래섬으로 들어가면 갈대밭과 사막 호수가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깊숙한 계곡을 끼고 기이한 봉우리가 층층이 병풍을 이루는 허란산의 암각화 풍경구도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골짜기 양측에는 6000여 개의 신비한 고대 암각화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1만∼3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데 주로 방목이나 사냥, 전쟁, 오락 등 당시 생활상을 오롯이 담고 있다. 이곳에는 닝샤 자치구에서 가장 멋진 폭포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허란산 계곡물이 말라 흐르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는 “건기가 끝나고 5월이 다가오면 물이 흐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구석기 유적지인 수이퉁고우(水洞溝)와 만리장성의 유적과 명나라 때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하 군사방어시설을 재현한 창빙둥(藏兵洞)도 가볼만하다. 창빙둥 가는 길목에 출구를 ‘출수’로 잘못 표기한 붉은색 한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관광지는 아직 빈틈이 있었지만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인촨의 노력만큼은 돋보였다.

인촨(중국)=글·사진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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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촨은 아직 관광지로 개발이 덜 돼 교통도 불편하고 스마트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 냉장고가 없는 호텔도 많다.

이슬람교를 믿는 후이족의 땅인 만큼 유흥문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돼지고기는 찾기 어렵고 양고기나 소고기 요리가 대부분이다. 중국 요리 특유의 향신료인 샹차이(香菜)를 빼면 먹을 만하다. 양고기 꼬치가 유명하다.

택시비나 식비 등 물가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촨에서는 발마사지(足浴)를 꼭 받기를 권한다. 110분짜리 전신 마사지 포함 코스가 130위안(2만2000원) 정도니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여행자들이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모래 먼지가 덜한 4∼10월에 여행하기 적합하다.

사막에서는 모래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마스크가 필수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모래가 코나 눈 귀 입 등 얼굴과 온몸을 가리지 않고 마구 파고 들어온다. 모래도 막고 사막의 작열하는 햇볕과 저녁때의 서늘함까지 막아낼 수 있는 두건이라면 더 좋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 크림 등을 꼭 가져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뜨겁고 강한 모래 바람과 극심한 일교차는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옷차림도 중요하다. 햇볕이 뜨겁더라도 반팔 차림은 금물이다. 체온을 유지하면서 모래 바람과 자외선을 차단하는 얇은 점퍼가 유용하다. 기관지염이 있거나 먼지 알레르기 있다면 사막여행이 매우 힘겨울 수 있다. 사막의 고운 모래는 가죽이나 면 소재의 옷, 신발을 망친다. 거친 모래 바람 샤워를 맞은 가죽옷은 색이 금세 바랜다.

인촨은 황허(黃河)와 허란산(賀蘭山) 류판산(六盤山) 등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명미인촨’(明媚銀川·아름다운 인촨이라는 뜻)이라는 찬사를 얻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년 전 국내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에서 인천공항에서 인촨공항까지 직항편을 개설했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을 날아가면 인촨에 닿는데 지금까지는 이용객의 90% 이상이 한국을 여행하려는 중국인이었다. 현재로선 국내에서 개별적으로 인촨행 직항편을 구하려면 인촨 여행상품이 나오는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