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권영종] KTX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입력 2014-04-03 02:50


“사후평가 통해 KTX 이용불편 해소하고 저소득층 혜택 늘려야”

건설기간 12년, 총 사업비 18조4000억원을 들여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불리며 세계 다섯 번째로 개통된 고속철도 KTX가 운행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상징으로서 자동차 시대를 이끌어 온 경부고속도로에 버금갈 정도로 KTX는 국민의 통행 행태와 일상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초고속 대중교통수단으로서 KTX는 그동안 문전서비스를 기반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 온 자가용 승용차를 앞질러 장거리 지역 간 통행의 간선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당초 크게 우려되던 수도권 빨대효과 대신 KTX 정차 도시의 땅값 상승과 매출 증대, 부산의 국제회의 건수 증가 등에서 보듯 지역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모든 국민이 KTX의 초고속 교통서비스를 누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지방 소재 KTX 정차 도시와 인근 지역이 동반 성장하여 지역발전이 활성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KTX가 진정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국가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KTX 개통 10년을 기해 철저한 사후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사전 타당성, 예비 타당성, 본 타당성 등 여러 단계를 거쳐 타당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일단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사후평가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사후평가를 통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여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새로운 유사 사업 시행 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철저한 사후평가를 통해 KTX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발전 연계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 KTX 개통으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KTX 운행 10년 동안 누적 이용객 4억명으로 국민 1인당 평균 8번을 이용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비싼 요금으로 실제 저소득층의 KTX 이용은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KTX 운행으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운행 편수가 약 40% 줄어들면서 이를 이용하는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붐비지 않는 시간대의 요금을 대폭 인하하거나 주택 바우처와 같은 KTX 바우처를 발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KTX 네트워크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KTX를 통해 전국의 주요 도시가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되면서 KTX 역을 비롯한 KTX 정차 도시는 전국, 나아가 아시아 지역을 시장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시장을 상대로 하는 지역적 브랜드를 갖춘 특성화 개발, 이른바 KTX 경제권 특성화 개발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단순히 지역 고객을 넘어 전국, 나아가 세계 고객을 상대로 하는 신성장거점을 형성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인허가 규제철폐,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 도시재생사업과의 연계추진 등을 통해 복합환승센터를 비롯한 역세권 개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끝으로 신성장거점에 유치하는 산업은 정차 도시의 기존 산업과 상충되지 않는 창조산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KTX 역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대중교통 연계환승 체계를 구축하여 KTX 정차 도시와 인근 지역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연결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신성장거점 지역의 성장효과가 정차 도시와 인근 지역에 바로 파급되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경제개발 초기 경부고속도로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듯이 KTX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KTX가 국민의 교통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기 위해 KTX 이용 불편 해소와 동시에 KTX 역을 중심으로 한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KTX경제권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