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초원늑대와 황사
입력 2014-04-03 02:49
늑대는 여러모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두 종은 모두 개체의 힘은 약하지만 발달한 사회성과 집단 내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효과적인 집단 사냥을 해 왔다. 수렵채취사회나 유목문화권에서 인간과 늑대는 같은 사냥감(혹은 가축)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고대문명권에서 인간과 늑대는 서로를 경외해 왔다. 신화들에서 늑대는 흔히 인간의 새끼를 키우는 동물로 나타난다.
몽골의 유목민족은 늑대를 사냥이나 전투기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또는 신(토템)으로 숭배했다. 가급적 늑대 사냥을 삼가고, 사람이 죽으면 그 몸을 늑대의 먹잇감으로 바쳐야 천국에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몽골 제국은 늑대의 사냥 전략을 세계 정벌의 전략으로 그대로 채용했다. 칭기즈칸의 스승은 늑대였다. 중국 작가 장룽(姜戎)의 소설 ‘늑대토템’(김영사)에 따르면 늑대는 ‘작전’을 쓰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척후, 유인, 잠복, 포위, 성동격서 등의 전법을 구사한다. 늑대는 먹잇감이 시야에 들어와도 미동하지 않는다. 적의 무리 전체가 긴장을 늦출 때까지 한나절이라도 끈질기게 기다리다 단번에 해치운다.
늑대는 또한 초원 생태계에서 핵심 종(keystone species) 역할을 한다. 핵심종은 생물군집 속에서 다른 생물종의 생존 능력을 결정하는 종을 말한다. 예컨대 열대림에서 핵심종인 무화과나무는 연중 긴 기간 열매를 맺기 때문에 많은 새와 포유동물들에게 식량자원을 제공한다. 늑대와 같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들쥐나 사슴 개체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많은 초본식물과 관목 식물종이 없어져 버린다.
그런데도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당국은 농경민들을 내몽골 지역으로 이주시키면서 대대적인 늑대 소탕작전을 펼쳤다. 늑대가 사라지면서 들쥐 산토끼 마르모트 가젤 등 초원의 4대 해악인 초식동물이 급격히 증가했다. 천리마로 초원을 주름잡던 몽골말들은 포식자이자 조련사이던 늑대를 피해 달릴 필요가 없어지면서 명성을 잃었다. 사막화가 확산되면서 유목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고비사막과 내몽골에서 발생한 강한 황사가 4일 전국을 뒤덮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내몽골은 196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건조한 3월을 보냈다고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중국의 사막화와 황사 및 그에 따른 국내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막지대에 나무심기와 더불어 초원늑대 복원 프로젝트를 제안해 보자.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