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음식점이야? KTX야?

입력 2014-04-03 02:25


얼마 전 광명역에서 부산행 KTX를 탔습니다. 주중이지만 기차는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제 좌석에는 가슴에 여행사 표찰을 단 단체관광객 한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자 그 아주머니는 일행과 같이 앉아 가야 한다며 자기 좌석에 가서 앉으라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지만 쫓겨나다시피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고맙다는 말은 돌아오지 않았지요.

기차가 출발하자 단체관광객들이 도시락을 펼쳐놓기 시작했습니다. 김밥은 물론 보온병에 담아온 국을 비롯해 김치, 깻잎 등 음식점 식탁을 방불케 하는 온갖 음식이 좁은 객차 안에서 냄새를 풍겼습니다. 역겨운 오징어 냄새도 섞여 있어 밀폐된 객차는 숨쉬기조차 곤란했습니다. 장터를 방불케 하는 끊임없는 고성까지 더해져 모처럼의 기차여행은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승무원들은 적극적으로 제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항공기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모토로 탄생한 KTX가 행락철마다 장터열차로 변신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코레일이 수익사업 차원에서 여행사에 할인티켓을 판매하면서 단체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때문입니다. 비록 일부지만 단체여행객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오기도 합니다. 여행을 가는 들 뜬 마음에 단체관광객들은 객차를 전세 낸 안하무인격 점령군이 되기 일쑤이고요.

KTX에는 엄연히 식당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 안팎 거리라 굳이 객차에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객차에서 음식 먹는 행위에 애써 눈을 감고 있습니다. 코레일도 객차 안에서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집에서 싸온 음식만큼은 아니지만 코레일 도시락도 냄새가 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철도안전법은 질서유지를 위한 금지행위로 객차에서의 흡연만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철도안전법을 고쳐서라도 KTX 객차 안에서의 음주 및 고성방가, 그리고 음식 먹는 행위를 금지하면 어떨까요? 값비싼 요금을 치른 승객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KTX를 이용할 권리가 보장돼야 합니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