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송악산 동굴진지 추가 붕괴 위험
입력 2014-04-02 15:14
[쿠키 사회]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송악산 해안 일제 동굴진지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첫 붕괴가 시작된 동굴진지는 현재 15개 가운데 7개가 매몰됐다. 약 5000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송악산 절벽은 지반이 약한 모래층과 화산쇄설물(송이)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붕괴가 진행 중이다.
서귀포시는 수직 절벽에 들어선 동굴진지가 추가 붕괴될 경우 인명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10개월 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1945년 일제가 자살 특공대 카이텐(공격어뢰정) 부대를 주둔시키기 위해 조성한 송악산 동굴진지는 침략의 현장과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등록문화재 313호로 지정됐으나 붕괴 방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가 2010년 실시한 안전진단 용역에서는 송악산 동굴진지와 절벽 붕괴를 차단하기 위해 석축과 옹벽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원형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귀포시는 해안변을 따라 조성된 목재 진입로를 차단하고, 모래사장에 진입 금지 말뚝을 박은 상태다. 또 동굴 입구에 입간판을 설치하는 등 3중으로 출입을 금하는 경고문을 부착했다.
하지만 경고문이 세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광객들은 200m 가량 펼쳐진 검은 모래밭을 걷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통제를 막을 수 없게 되면서 일각에선 해안과 절벽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철책을 세우고 원형 철망을 두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철책을 치는 것을 검토했으나 주변 경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더 높아 경고문과 보호책으로 진입 금지를 알리고 있다”며 “추가 붕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섣부르게 진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