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해 5도 방공망 ‘구멍’… 백령도·파주 무인항공기는 북한제로 잠정 결론

입력 2014-04-02 04:37

정부 관계 당국은 최근 경기도 파주와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잇따라 발견된 국적불명의 무인항공기를 정밀 감식한 결과 북한의 것이라고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들 무인항공기는 우리 방공망에 포착되지 않고 침투해 청와대와 군부대 등 주요 기관을 훤히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돼 항공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군과 정보 당국이 현재까지 발견된 무인항공기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일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청와대 등 주요 기관과 우리 군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무인항공기 부대를 별도로 편성해 운용해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3월 31일 무인항공기 1대가 백령도에서 발견됐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오후 4시쯤 백령도 사곶교회 인근 밭에 떨어진 무인항공기 1대를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무인항공기가 발견됐다.

관계 당국은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전날 북한이 NLL 일대에서 각종 포탄 500여발을 발사한 이후 발견됐다는 점에서 서해 5도의 우리 군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정찰용 북한 무인항공기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 무인항공기는 북한이 중국의 무인비행기(D-4)를 도입해 자체 개조한 뒤 최전방 부대에 배치한 무인항공기 ‘방현-Ⅰ·Ⅱ’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길이 3.23m인 방현 무인항공기는 고도 3㎞, 최대 시속 162㎞로 비행할 수 있고 작전반경이 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20∼25㎏의 폭약도 장착할 수 있어 핵심 시설에 대한 테러에 이용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8일,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에서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발견된 뒤 철저한 진상 파악과 함께 항공보안 등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무인항공기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다”며 “대북 용의점 등에 대한 수사가 완료되면 국토교통부가 무인비행물체 관리체계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이도경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