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 퇴출 위기… 금감원,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 중징계 통보

입력 2014-04-02 03:59

19세 연하 여성과의 재혼으로 찾아온 신혼의 달콤함도 잠시, 막 하와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종준 하나은행장 앞으로 금융당국 중징계 통보가 날아들었다.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징계가 확정되면 김 행장은 향후 3∼5년간 금융회사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중징계를 받아도 현직은 유지할 수 있어 내년 3월 임기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2009년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일로 중징계(업무집행정지 3개월)를 받고 자진 사임한 전례가 있어 중도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 금융당국과 하나은행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31일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에 대한 추가 검사를 완료, 김 행장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통보했다. ‘하나은행의 큐레이터’를 자임할 정도로 많은 미술품을 사들여 논란을 낳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상당의 경징계가 통보됐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와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구성돼 있다. 문책경고 이상은 금융회사 재취업이 일정 기간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시절 미래저축은행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입은 과정이 문제됐다. 미래저축은행은 201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업계에서 퇴출됐고, 당시 김찬경 회장이 밀항을 시도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하나캐피탈은 2011년 9월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45억원을 투자했다가 결국 60억원가량을 손해봤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 측이 김찬경 회장을 돕기 위해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유상증자에 지원한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검사한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정식 절차인 이사회 없이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한 점 등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하나금융 회장 3연임에 성공하는 등 ‘왕(王)회장’으로 통하던 김 전 회장은 하나캐피탈 부당 지원 혐의에 얽히지는 않았지만, 하나은행과 관련된 미술품 도매상을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과도하게 구매한 것이 문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이례적으로 4000여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보유하고, 650여개 지점에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창고에도 2000여점의 미술품을 보관 중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미술품을 과연 적정 가격으로 거래했는지, 도매상에 수수료를 제대로 냈는지 조사해 왔다.

현 행장과 전 회장에게 징계가 통보되면서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대출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하나금융에는 악재가 잇달아 돌출하고 있다.

금감원은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대출 사건에 하나은행 직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기대출 장본인들의 주거래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은 KT ENS 협력업체에 부실하게 대출한 1조1000여억원 가운데 1600억원가량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은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행장과 김 전 회장의 소명을 듣고 징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경원 천지우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