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시아 관계 전면 재검토”
입력 2014-04-02 04:01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나토는 또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유럽 국가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공화국을 뺏긴 우크라이나에서 친(親)러시아 중심의 다른 동부 지역이 분리되지 않도록 영토적 통합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번 회의는 러시아가 크림공화국을 병합한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관계 전반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에 따라 나토와 러시아가 함께 추진하던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임무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나토와 러시아 간 협의 기구인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0년대 옛 소련이 붕괴한 후 동유럽 지역의 안전을 위해 러시아와 동유럽의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나토는 러시아가 먼저 이 약속을 파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발트해 연안 국가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구도에서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이 옛 소련의 군사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옛 소련이 해체돼 군사적 긴장감이 수그러들면서 테러 대응,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 새로운 임무에 주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자 집단적 방위라는 당초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로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발트3국과 몰도바 등은 러시아가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크림공화국을 점거한 것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른 인접국을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나토 회원국 28개 국가가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해 “러시아의 영토 침략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에 대해 군사력을 증강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가를 43% 이상 인상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2분기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가를 1000큐빅미터㎥당 기준 268.5달러에서 385.5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