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급 일괄사표] 기초연금 입법 지지부진에… 靑 ‘부처 전면쇄신’ 으로 채찍질

입력 2014-04-02 02:56

보건복지부 1급 고위직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 배경에는 지난해 진영 전 장관 항명파동 때부터 이들이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 추진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청와대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진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마련한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안’을 “전체 복지 시스템상 불가한 일”이라고 반발하다가 끝내 “양심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관직을 내던졌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 고위직들은 진 전 장관에게 “수급 대상자의 실제 소득과 기초연금을 연계해야 한다”며 항명의 논리적 기초를 제공했다. 이들은 또 문형표 장관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의 기초연금 제도화에 미온적이었으며, 정책을 추진하려는 새 복지 수장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일 “진 전 장관 항명사태가 수습된 뒤에도 복지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기초연금법 정부안에 대한 반대 기류가 아주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기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단속해야 할 1급 이상 고위직들이 오히려 반대 분위기를 더 부추긴 게 이번 사표 제출에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진작부터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문 장관을 통해 계속 설득했지만 이들은 겉으로만 청와대 결정에 따르는 척하며 자신들의 논리를 계속 고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 국·실장들은 지난해 10월 국회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정부 기초연금안을 공격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한다. 복지부에서는 이번에도 일괄 사표가 모두 수리되는 일은 없게 해 달라는 청탁이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기초연금법 국회 통과가 최대 현안이 된 상황에서도 복지부 고위 공무원들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인사를 통한 전면 쇄신의 방법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복지부 1급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은 올해 초 국무총리실이 고위직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것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한동안 물밑으로 들어갔던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움직임이 이번 복지부 1급 공무원 일괄 사표로 다시 표면화될 전망이다.

당시 청와대는 정부 모든 부처의 1급 공무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고 대대적인 고위직 인사에 나서려 했었다. 하지만 사전에 이런 기류가 포착되면서 반발 움직임이 생겨나자 총리실과 국무조정실로만 인사 대상을 한정했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총리실 주도로 인사 쇄신을 통한 공직기강 다잡기에 나서려 했지만 너무 미리 일괄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져 유야무야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박 대통령이 올해 초 던진 ‘공공부문 개혁, 규제 혁파, 경제 살리기’ 등 국정운영 메시지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부처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같은 방식의 고위직 대폭 교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신창호 유동근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