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급 일괄사표] ‘술렁’ 복지부… 국회에 발 묶여있는 복지3법 처리 전망 불투명한데…
입력 2014-04-02 03:30
행정 부처의 1급 실장은 정무적 자리로 여겨진다. 정부 출범기나 장관 교체기에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비정규직 신세’이기도 하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의 경우 새 정부 들어 두 명의 장관이 오가는 동안 국·실장급 인사가 대규모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인사를 앞두고 일괄 사직서를 받은 뒤 교통정리를 하는 게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닌 셈이다.
복지부 내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일괄 사표의 배경으로 국회의 벽에 막힌 복지3법(기초연금·장애인연금·국민기초생활보장)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계획대로라면 기초·장애인연금은 오는 7월, 기초보장제는 10월에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세 법 모두 국회에 발이 묶여 언제 속도를 낼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복지부의 실장급 간부 일괄 사표는 업무상 조정이라기보다는 지지부진한 업무성과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도 복지3법의 전망은 밝지 않다. 국회에서는 기초연금을 논의하기 위해 벌써 두 번째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큰 데다 기초연금의 경우 이미 노인·청년단체, 노동계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이슈로 판이 커질 대로 커져버렸다. 여야정이 한발씩 양보해 합의안을 내놓는다 해도 공약 파기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갈등의 한복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지 않다.
또 다른 복병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지난해 로드맵이 발표될 때만 해도 비교적 순조롭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초보장법은 시민단체들 쪽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빈곤층의 마지노선인 최저생계비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발생한 세 모녀 자살 사건의 영향도 컸다. 빈곤층 구제제도에 구멍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빈곤의 유형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개정안의 사회적 명분이 약해져버린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새 제도는 예산을 늘리지 않은 채 배분 방식만 바꾼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시 국회 통과까지는 만만치 않은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