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방공망] 무인항공기 정밀 장비 장착… 민간용과는 다른 동력엔진 사용

입력 2014-04-02 04:56


정부 관계기관이 3월 3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같은 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 2점을 북한의 것으로 잠정 결론내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인항공기가 발견됐을 당시에는 민간 동호회에서 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무인항공기 내부를 정밀 분석한 결과 여러 가지 대공 용의점이 확인돼 북한의 것으로 당국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무인항공기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와 비행컨트롤러, 낙하산 등 정밀한 장비들이다. 특히 소형 카메라는 수백m 상공에서 지상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행컨트롤러가 장착돼 착륙지점의 좌표만 입력하면 스스로 비행한 뒤 돌아오는 기능이 있다. 동력으로 엔진을 사용한 점도 배터리를 연료로 쓰는 동호인들의 무인기와 차이가 있다. 또 촬영 사진에 청와대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대공 용의점이 짙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일 “정밀 분석 중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제작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북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기체에는 낙하산도 장착돼 있었다. 발사대에서 대각선으로 이륙해 정해진 지점에 낙하산을 펼쳐 착륙하는 이런 형태의 무인기는 주로 군 정찰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항공기에 쓰인 부품을 분석한 결과 일본과 중국 부품이 많다는 점도 동호회보다는 북한산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준다.

둘째, 무인항공기에 찍힌 사진에 서해5도 군부대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무인정찰기를 통해 우리의 주요 기관과 군부대를 촬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에서 청와대가 찍힌 사진이 나오면서 경호실이 보안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무인항공기가 위장을 위해 하늘색 바탕에 구름모양의 흰색 무늬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늘색은 동호회에서 선호하는 색깔이 아니고 군에서 사용하는 색깔”이라고 말했다.

넷째, 북한이 열병식에서 보여준 무인타격기와 형태나 색깔이 비슷한 점이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당시 열병식에서 하늘색 바탕의 무인타격기를 선보였다. 이 무인타격기는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와 비슷한 형태나 색깔을 띠고 있다.

다섯째, 무인항공기가 발견된 시점과 장소다.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에 떨어진 날 오후 백령도에서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와 유사한 무인기가 추락해 대공 용의점은 더욱 커졌다. 북한군의 NLL 이남 사격과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모두 백령도 동북방 해상에서 이뤄졌다. 특히 군사시설이 밀집한 백령도에서 무인항공기를 띄우려면 군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이번에 추락한 무인항공기는 승인도 받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무인항공기가 날아온 방향도 북쪽이어서 북한이 보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당국은 판단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무인기는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지만 육안으로 식별되면 벌컨 등 대공화기로 격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